식탁서 밀려나는 쌀, 오를 줄 모르는 쌀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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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서 밀려나는 쌀, 오를 줄 모르는 쌀 값
  • 황의관 정주기자
  • 승인 2014.02.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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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제왕’인 밥이 점차 식탁에서 밀려나고 있다. 빵ㆍ라면ㆍ피자ㆍ치킨과 같은 인스턴트식품에 자리를 빼앗긴 탓이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은 ‘2013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 부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67.2 킬로그램(㎏)으로 전년에 비해 2.6㎏(3.7%)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63년(105.5㎏) 이후 가장 적은 양이다.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여 사상 최저 수준이다.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 136.4㎏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49.3%)이다.
가계 부문의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84그램(g)으로 2012년 보다 7.3g(3.8%) 줄었다. 밥 한 공기를 쌀 100g 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밥 두 공기 미만을 소비한다는 뜻이다. 2011년 1인당 쌀 소비량(197g)이 처음 200g을 밑돈 뒤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월별로 보면 설 명절이 포함된 2월(198.7g)에 가장 많았고 여름 휴가철인 8월(175.2g)에 가장 적었다.
쌀과 기타곡류의 소비를 합친 1인당 양곡 소비량은 75.3㎏으로 전년 대비 1.8㎏(2.3%) 감소했다. 양곡 소비량은 198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역대 최고치(196.8㎏)를 기록한 1967년 소비량의 38.3% 수준까지 떨어졌다. 양곡 소비량은 가구에서 양곡을 직접 조리해 식용으로 소비한 양을 조사한 결과다. 1980년대 이후 육류 소비가 늘고 외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양곡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체의 쌀 소비량도 52만6140톤으로 전년보다 4만4573톤(7.8%) 줄어들었다. 주정 제조업에서 62.5%, 탁주 및 약주 제조업에서 23.1%씩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반면 식사를 떡이나 즉석 밥, 도시락 등으로 대체하면서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은 35.2%, 떡류 제조업은 11.2%가 각각 늘었다.
이처럼 쌀 소비가 줄어든 것은 서구화한 식습관 때문이다. 대체식품과 즉석가공식품의 다양화로 식생활이 간편해져서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이어트와 건강상 이유로 소식하는 인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 2011년에는 정부가 약 24만톤의 묵은 쌀을 주정업체에 싸게 판매했지만 2년 연속 흉작을 이유로 정부가 배정 물량을 줄여 주정업체들이 쌀보다 값이 싼 열대작물인 카사바의 뿌리에서 채취한 식용 녹말(타피오카)를 원료로 주정을 생산하고 있는 것도 쌀 소비량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쌀 소비는 줄어들고 쌀 가격은 수년째 오르지 않는다. 억울한 것은 농민이다. 지난해 농민들은 쌀 목표가격을 올려달라고 정부에 사정하고 대통령에 매달려 보았지만 결과는 뻔했다. 정부는 8년간 묶여있던 80㎏당 17만83원을 18만8천원으로 인상했다. 쌀 목표가격은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서 농가의 소득손실을 사후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목표가격이란 수확기 쌀값이 그 이하로 급락할 경우 차액의 85%를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할 때 기준이 된다.
이처럼 농정 당국의 무성의하고 비타협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는 농민의 성난 농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지금 300만 농민들의 분노와 절망의 화살은 무능력한 정치인과 대선 공약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한 대통령에 까지 향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몇 번을 속아도 정부를 믿고 정치인에 또 휘둘린다.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농협간부는 하루아침에 그 좋은 자리를 박찰 수 있지만 한 끼 500원도 안 되는 쌀을 생산하는 농민은 오늘도 쌀 소비 감소와 쌀 값 하락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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