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35)/ 올해 서울떽의 인생엔 어떤 인연이 기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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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35)/ 올해 서울떽의 인생엔 어떤 인연이 기다릴까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2.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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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5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은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께서 보낸 마지막 편지

지나간 2월 14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제라. 울덜이 살아가는 시골에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가족과 마을 전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아주 큰 명절이잖아라. 왜 정월 초사흗날부터 마을 전체 회의를 열어설라므네 당산제를 누가 지낼건지, 왼쪽 손으로 꼬는 새끼줄은 누가 담당하고 깨끗한 황토는 어떻게 장만할건지 머리 맞대고 고민하잖아요. 깨끗하고 부정 타지 않은 사람들이 마을 전체의 안녕을 빌며 오곡밥도 먹고 나물도 먹잖아라.
근디 올해는 좀 더 뜻이 깊은 날이었는디 아신당가요. 경기도 교육청에서 신문에 대문짝 만허게 광고를 냈지라.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는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서른 살 청년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입니다”라며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큽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감동을 주었당께요. 아시제라!
시방 중국에서는 하얼빈 역 구내에 동양 평화의 창의자라며 ‘안중근 기념관’을 세워서 그 뜻을 높이 기리고 있걸랑요. 근디도 저어그 바다건너 일본 아베 총리라는 썩을 인간이 “안중근은 사형수”라는 똥덩어리보다도 못한 말을 해갖고 왼 사람들 가심을 팍팍 찔러댔잖아라. 그체요.
안그려도 우리나라에서도 말깨나하고 힘깨나 쓴다는 몹쓸 인간들 땜시 사람들 가심마다 무시 바람 들듯이 송송송 구멍들이 나서 애리고 쓰린디 설상가상이라고 아조 소금을 쳐버린당께요.
대보름 날이고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일이 요상허게 밸런타인데이 날하고 겹쳐 버림서 문제가 생겼구만요. 2월 14일이 뭔 날이냐고 아그들 헌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발렌타인데이라고 알아듣도 못헐 날 이라고 할꺼구만요. 원래 요날은 성 발렌타인 주교가 로마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가 처형당한 후 순수한 사랑의 수호자로 추앙받게 되었다는 날이거든요. 순교를 기념하는 의미로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았는디 일본 과자 만드는 공장에서 초콜릿이란 과자를 팔아먹으려고 선전을 해댔다고 허등만요. 근디 고것이 우리 아그들헌티 겁나게 초콜릿을 사서 꼭 줘야지만 되는 대단한 명절처럼 되버린거제라. 겁나게 속는 것 같제라잉.
하이고메! 사설이 길어져 버렸제라. 지가 허고자 허는 말은 요말이어라. 옛적부텀 어메들 입을 통해서 내려오던 호랑이 관련 속담에 “범이 범 새끼를 낳고 용이 용 새끼를 낳는다”라는 말이 있는디 안중근 의사 어머님의 이 비장함이 뚝뚝 묻어나는 편지가 지를 정신 바짝들게 허구만요. 그려서 혹여라도 못 보신 순창 아지메 아저씨들을 위하여 이번 주 나갈 멋드러진 시 대신 올려봤는데 조 마리아 여사가 저 편지를 쓸때 나이가 40대 후반이라니 대단하지 않나요. 역시 사람은 죽을때까정 배우고 또 배워도 배울게 남아있나 봐요.
제가 작년 요맘때쯤 쓴 글이 ‘앗따! 보름달집 태웠다고 신문에 연재 글 쓰는 것 봉께 서울촌닭, 용 되어부렀네잉!’ 허고 맺었드라구요. 근디 올해는 진짜루 보름날 오곡밥도 안 해불고 일곱가지 나물도 안 허고 용들 보러 비행기 타고 놀러갔다 왔구만요. 지가 아모 책임없이, 아니 아무런 이유 없이 고냥 동창들과 놀러 갔다오는 것은 꿈에도 못 꿨는디 오십 된게 별걸 다해 보게 되는구만요.
하늘로 날아서 지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게 열심히 일허고 추분디서 좋은 세상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겐 미안험서도 황홀한 날들이었구만요. 그려서 울 막내딸이 졸업하는 것도 못 보았는디 섭섭했지만 워쪄겄어요. 구림초ㆍ중학교에서 제가 학부모로 있었던 세월이 14년이거든요. 월정초등학교와 구림초등학교가 통합된 해부터 장장 14년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 아이들 넷을 줄줄이 보내고 그 많은 행사들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은게 징허게도 다녔죠.지가 시아버님 구순 잔치 땜시 딱 한번 운동회에 안 보인게 다들 안부 물어보더랑께요. 참으로 별의별 일들도 많았고 선생님들과의 추억도 많은디 이젠 학부모가 아니라는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져부네요. 다들 제 딸같고 아들 같던 아이들인데 구림이라는 지역에서 한 학부모라는게 기냥 좋았던 날들이었죠.
이젠 막내딸과 함께 미녀 4총사로 불리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또 다른 인연들이 기다릴 것 같아 다시 설레네요. 올해 서울떽의 인생엔 어떤 변수들이 기다리고 사람들과의 인연이 있을지 가심이 통개통개합니다. 여러분은 워쪄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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