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56)/ 호숙아, 일년간 옹골차게 살아내느라 애썼다!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56

2015-01-02     황호숙 황홀한농부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작정하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워쪄요. 지는 요 말이 옹골지게 맴에 들어불구만요. 신경림 시인의 파장이란 시의 첫 구절인디 지처럼 못난 사람들은 따땃한 한 마디 말로 위로해주고 기냥 쳐다만 봐도 흥겨운 사람들이 있어 오지고 또 오지걸랑요. 울 어메들은 “헌 년이 가고 새로분 년이 오믄 쬐까라도 주름살 펴지듯 세상사는게 나아질랑가 몰라잉! 지발 울 아그들 재채기 안 허고 별 일 없이 무사혀야 할텐디” 허심서 경로당에서 손주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실껀데요. 점심이라도 한번 걸판지게 차려 드려야 쓸텐디 맴만 무성하지 실천도 못하는 지가 거짓뿌렁 안 보태고 싸가지가 바가지구만요. 길고 기인 겨울날, 낸중에라도 복 받을라믄 싸게 싸게 몸을 놀려야겄지라잉!
시방 서울떽이 스트레스가 쌓여서 오른쪽 얼굴이 쬐까 씰룩쌜룩 헐려고 허길래 한의원 가서 침맞을라고 허는디도 시간이 안 나네요. 다~아 핑계긴 헌디라. 돈 들어 갈 곳은 많은디 돈 나올 구녕은 없는 40대와 50대의 농사꾼들 속도 씨꺼멓게 타들어 간다고 알구만요.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만 펄펄 나구요. 이 내 가슴 타는데 연기도 김도 안나네. 에헤야야 데헤야야 얼라리 난다 뒤여라. 해방의 불길이 타오른다.”(민요 석탄가 중에서) 흐흐 지 속이 씨꺼머징게 넘의 속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겨 짚는거제라. 
지난 한 해는 참말로 억울하게 마음 상한 영혼들이 겁나게 많았어라. 마음대로 꽃 피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만든 세월호의 아이들과 사람들,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 그리고 끝없는 사고와 사건들, 책임지지 않는 쓰잘데기 없는 정치인들과 쓰레기 같은 언론인들...
워메. 다~ 아 말할 수도 없고 열거하기도 더러운 이름들이 허벌나게 많아부네요.
쩌그 가심 밑바닥에 있는 눈물까지 끌어 올려서 울어도 채워지지 않고 두 주먹 꽉 쥐고도 벌 벌 떨릴 만큼 형편없는 권력에 빌붙은 인간들 땜시 부르르 치를 떨었응께요. 지발 존 일 헌다고 올해 같은 해는 다시 오지 않았으면 허구만요.

그려도 올 한해 새로 맺은 고운 인연들이 있어 지에게는 나름 기뻤던 한해이기도 허제요. 엄니들이 맨날 밭매고 타작허다가 허시는 말씸이 “험한 꼴 당허고 나믄 웃을 날도 있는 거고 아무리 차 사고를 나서 다쳤더라도 살아만 있는 걸로도 감사해 헐 수 있는 게 사람이여, 기냥 기냥 물 흐르디끼 사는겨”라고 토닥토닥 다독여 주시거든요. 지도 지를 안쓰러워하고 엉덩이도 토닥여주고 얼굴도 감싸서 안아줌시롱 ‘호숙아, 일년간 옹골차게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해주고파라 잉!
허벌나게 네 딸네미들이랑 웃고 까불고 싸움시롱 나름대로 이해할려고 애씀시롱도 속이 안터지고 고대롱게 참말로 애썼다. 서울떽아!
새복부터 다음날 새복까지도 함께 붙어있는 남편과 아웅다웅 헐지언정 갈라서네 안허네 고딴 말 안하고 참아내서 디지게 애썼다.(근디 너보다 냄편이 애썼지만서도)
어깨 아프고 잇몸 아파도 워쨌든 농사짓고 타작허고 어메들과 함께 거두어들이고 갈무리 허고 농사꾼으로 사느라 겁나게 애써부렀다.
새롭게 만나는 관광객들 웃어 불고 잡게 이야그 해내느라 애썼고 공부 하기 싫어 하는 중학교 아이들과 국어 공부 하느라 힘든디도 일 그만둔다고 안허고 한발짝이라도 앞으로 나갈려고 공부혔응게 그 맴이 옹골지고 가상허다.
앗따! 어메들과 책놀이 공부허고 옹골찬 시화전도 허고 허벌나게 멋진 책도 내부는 능력의 호숙이 멋져분다. 화통하게 인정하게 애썼다. 서울떽아!
네 안에 있는 능력들을 끄집어내서 밖으로 표현해 낼 줄 알고 가끔은 소녀 같은 감수성도 있고  젊은 날 하지 못했던 문학에의 참여까정 너만의 영역을 확장해가느라 머리 터졌겄다. 아즘찮이고 또 아즘찮이다.
맨날 맨날 닥쳐서 써내는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고것도 독수리 타법으로 글 올리는디도 손가락 괜찮아분 모습 봉게 허벌나게 애썼다.
크하하하, 따악 한번씩 만이라도 칭찬혀붑시다. 토닥토닥 상한 영혼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