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ㆍ‘인사퇴행’…비판언론 책무

2015-02-13     림양호 편집인

“오늘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 위스키입니다. "위스키 앤 캐시"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디제이(DJ) 정부시절, 한 정권 실세가 언론인들을 대해온 방식을 말합니다. 위스키, 기자와 술자리를 함께 하고. 캐시, 이른바 '용돈'을 쥐어주며 구슬려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이티비시 저녁뉴스 앵커브리핑을 옮겨 적었다.
 
권력이 언론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보도지침을 만들고 비판적 언론인에 재갈을 물리는 등 엄혹한 탄압을 가하거나 입맛에 맞는 기자에게는 수시로 당근을 주며 회유하는 방식이다.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그렇다. 권력자와 그 주변인들의 생각 속에 옹알이를 틀고 있는 이 못된 사고는 언론자유를 침탈한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일선 기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언론보도와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일종의 ‘위협’을 가한 녹취록이 공개되자 “불찰과 부덕의 소치, 부주의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 대오각성하고 있다”며 “굳이 합법, 불법 떠나서 변명하지 않겠다”고 납작 엎드린다. 그러나 그의 말에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도 청와대는 총리 인준 뒤 개각 수순을 밟겠단다. 여당에 인준강행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문창극ㆍ안대희ㆍ이완구 까지 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가 빚어진다면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계산보다 중시해야 할 게 국정이다. 부적격자가 자리를 차지한들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얻을 수 있겠는가.

히틀러 시절 “언론은 정부의 피아노다”는 인식을 지금도 갖고 있다면 경천동지(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든다)할 일이다. 한데 그런 큰 일 날 인식과 노릇이 다반사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청와대가 총리후보 지명을 철회하지 않듯 군수가 제식구만 거두는 인사를 했다고 비난하는 공무원노조의 성명에 묵묵부답이란다.

산적한 과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것이 행정 공무원만의 일사불란으로 가능한 일인가. 군민의 신뢰와 존중은 필요치 않은가. 이미 밝혀진 순창군정의 언론관은 작금의 이완구 총리후보의 인식과 대동소이하며 엊그제 인사내용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비판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자치단체장의 정략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면 결국은 군민이 손해다.

순창군청이 <열린순창> 구독을 거절하고 <열린순창> 지면을 통한 군정홍보를 중단한 지 5개월째다. 따라서 매월 100만원의 광고비와 약 15만원의 구독료 예산이 절감되었을 것이다. 어제 전북권 뉴스에 나온 군청에 취직하기 위해 줬다고 주장하는 돈이 수천만 원인데 지역신문 1년 구독ㆍ광고료가 천만 원 수준이다. 참 씁쓸하다.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청탁받으면 처벌받게 되는 김영란 법에서 언론인을 빼야 한다”며 그 이유를 “언론자유를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인도 꼭 넣어야 한다. <열린순창>은 “위스키에 취한 언론이 아닌, 투명한 권력과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키고 싶은 언론”이기 때문이다. 꼭 할일이다.

민족의 대 명절. 독자님들의 부귀강녕(富貴康寧)을 기원하고, 참 마음으로 고개 깊이 숙여 인사드리는 글을 올리고 싶었다. 설날아침에 <열린순창> 창간에 힘 보태시고 키워주신 군민들의 뜻을 받들어 부족한 점을 반성하면서 민주주의의 보루인 비판언론의 책무에 더욱 매진할 것과 우리 지역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도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