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전거 도둑?

2010-11-16     김진형 독자

책 제목이 아니다! 순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별한 교통수단이 없어서 어릴 때부터 남·녀 구별없이 자전거를 사주고 타도록 한다. 우리도 딸이 둘 있는데 모두 자전거를 잘 탄다. 그런데 5년쯤 타오던 자전거를 지난 여름방학 전에 작은 아이가 잃어버렸다. 그것도 학교 안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앞에 세워두었는데… 그리고 닷새 후, 어느 PC방 골목길에서 발견했고 그 날 작은 아이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이런 일은 순창에서 흔히 일어난다.

걸어 다니기엔 너무 멀고 또 택시를 탈 수도 없는 거리고 그렇다고 도시처럼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인지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 자전거나 또는 채워져 있어도 자물쇠를 자르고 자전거를 훔쳐간다. 갖고 싶어서 훔치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기 싫어서인 것 같다. 특히 중ㆍ고생 몇몇들이.

주변에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는 피해자들이 꽤 있는데 신고를 하거나 CCTV를 이용해 범인을 잡아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도 작은 아이가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자기 편리를 위해 주인이 있는 자전거에 손댄다는 것에 그리고 부모들의 교육, 학교의 도덕 교육, 우리 동네의 교통시설을 탓했다.

우연히 길거리에 버려진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발견했다. 다행히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어 전화를 걸어 알려주었더니 참 기뻐하셨다.

주변에 너무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해결방법이 없기에 나라도 경찰에 신고하고 CCTV 판독해서라도 범인을 잡고 그래서 자전거를 훔쳐가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줘야하는 것인가? 라는 고민을 했었다.

새 자전거라서, 메이커 자전거라고 갖고 싶은 욕심에 훔친 것이 아니고 걸어가기 싫어서 훔친 자전거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래서 그 곳에 버리고 간단다. 그래서 용케 찾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에게 죄를 묻지 않을 거라면 어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도시와 달리 자전거 이동이 필요하다면 버스 정류장처럼 자전거 정류장을 만들고 무인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게 한다면 적어도 나 편하고자 남의 물건에 손대고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추석 때 충청남도 공주에 다녀왔는데 그 곳 무령왕릉에 2시간동안 무료로 빌려주는 무인자전거대여소가 있었다. 설치 목적이나 이용현황이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이런 글도 쓰게 되었고.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도덕성을 의심하지 말자.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자. 그래서 자연도 정신도 마음도 깨끗한 순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