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볼처럼 풍성한 ‘꽃’

2015-05-06     김슬기 기자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께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아름다운 모란이 피었건만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마지막 소절이 가슴에 와 닿는 건 왜 일까요. 5월, 포도포동 아이의 볼처럼 풍성한 ‘목단’이 활짝 피었습니다. 읍내 임준식 할아버지 댁 마당은 벌들이 날아다니는 윙윙 소리에 시끄럽습니다. 향기 없는 목단에 대한 전설은 잘못된 것이라던 임준식 어르신의 목단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아픈 무릎을 붙잡고 앞 뒷마당 목단 살피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 댁에서 김영랑 시를 떠올리며 사진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