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8)/ 개깡시럽게 우울할 새가 없어라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68

2015-06-24     황호숙 황홀한농부

여름 밤                   -정호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안 먹어 봤어도 겁나게 맛있겄제라 잉! 시방 하로 하로가 시한폭탄 같아서 겁나는게 서울떽의 나날인디요. 큰 맴을 확 놓아버려도 걱정되는 쬐깐하고도 쪼잔한 맴들을 어찌 다독일까 걱정허다가 우연히 본 글귄디 함 보실라요.
옛날 다윗왕이 있었는디라. 싸움을 어찌나 잘허든지 전쟁에서 싸우기만 허믄 이겨붕께 인기가 하늘을 치솟응게 월매나 오졌겄어요. 근디 이 왕이 어느날 궁중에서 일허는 세공인을 불러서 명령을 내리는디.
“날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
앗따! 세공인은 허벌나게 이삐고 귀헌 반지는 떠억허니 만들었지만서도 정작 반지에 새겨 넣을 글귀가 떠오르지 않는거여라. 미쳐불제요. 싸움 잘허는 왕이 명령한 것인디 기냥 대충대충 혀 갈수는 없고 아무리 생각혀도 모르겠는거라. 겁나게, 허벌나게, 뒤지게 고민혀도 안나옹게 헐 수 없이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제요.
무릎을 탁 칠만헌 말이 나왔겄제라 잉! 솔로몬 왕자가 귀뜸해 준 글귀가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였다고 헙디다. 워메 멋져부러! 지도 그려서 시방 지헌테 찾아 온 인생 일대의 고민거리도 다 지나가리라 라고 믿기로 혔구만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한 워떤 철학자도 있든디 지도 고럴라구요.
산중에 있는 밭에서 일할라치믄 여그져그서 새소리가 들린당께요. 가끔 핸드폰에 순간 순간 글을 끄적이게 되는디 난중에 보믄 꽤 괜찮아라.
2015년 6월 2일 오후 12시 46분자에 요렇게 써 있구만요. “오른쪽 단풍나무 가지에서 표로롱표로롱 노래하니 왼쪽 헛개나무에선 짹짹짹짹 화음을 맞춥니다. 감나무 가지에서는 머얼리서 뚀르륵뚀르륵 험서 합창을 하는 아침나절입니다. 고추 줄치러 나왔다가 이래저레 다른 일허고 안골짝으로 올라갑니다. 엉겅퀴의 진한 보랏빛이 저를 잡아 당깁니다. 지칭개의 연한 보랏빛 꽃위로 하양 나비가 돌아다닙니다. 마음속엔 근심 걱정이 많아도 눈에 보이는 풍경은 그저 한가롭네요. 어느새 고추들이 하얀 꽃들을 피워서 쬐꼬만 고추들을 매달고 으스대고 있네요. 모두 지나가겠죠. 내가 10년 전 근심이 무엇이었나 가물가물 헌것처럼요. 새들의 종알거림이 다시 힘내게합니다. 모두 오늘 하루 즐겁고 황홀한 나날 되시길.”
비록 보는 사람이 많진 않아도 가끔 저의 이야기를 꺼내 마음 속 근심을 털어 낸당께요. 고개가 땅만 향해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젊은 날들이 많았었는디 다 이겨 냈다고 생각허믄 그보다 더 가파른 고개가 나타나니 참말로 어렵구만요. 어디 지헌테만 시련이 오겠어요. 다들 그렇겄제라. 근디도 힘들 때는 지만 그런 것 같아 우울해지고 눈물 나고 그러는 거 보면 안즉도 철이 덜 들었나 봐요.
아휴 메르스 땜시 순창에 오는 관광객들이 마음이 떠나셨다가 새롭게 다시 오고 계시구만요.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서울과 부산에서 오신 분들과 블루베리 따기 체험도 하고 강천산과 향가까지 쭈욱 둘러보는 일정들을 소화 험시롱 느낀 게 있구만요. 거짓뿌렁 한나두 안 보태구 해설사를 험서 좋은 점은 항상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는 거제요. 딱 만나는 순간 기운이 통해야 씅게 정신 바짝 차려야 허거든요. 개깡시럽게 우울할 새가 없어라. 토요일날은 호랭이 장가 가나 슬금슬금 눈치 보며 오는 비 땜시 힘들긴 혔어도 워낙에 기운이 드세신 분들과 동행하니 심이 불끈 불끈 나더라구요. 쌍치 가서 블루베리 체험허고 뽕주로 건배까지 헌 뒤라 긍가 순창으로 오는 길에 노래를 시키시더라구요. 지가 순창의 황진이라고 불린다고 혔더니. 뚝심으로 불렀죠. 팡파레까정 울리면서.
연이어 세 번의 해설 하는 동안 저에게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허시는 걸 지는 겁나게 맛있는 칭찬으로 듣제요. 흐흐 요렇게 통허다 보믄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맹글수 있제요
지난주 금요일경에 집에 택배가 도착혔는디요. 곱게 “송천 수제 야생 감잎차” 라고 쓰여진 봉투에 고욤 감잎차 효능까지 쓰여진 종이까정 정답게 보내신 분도 해설 중에 만난 인연이지요. 부산에서 오셨는디 문학 쪽으로 맴이 맞아서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 북으로 교류하다보니 친해졌는데 아시는 게 겁나게 많으신 분이어서 멋진 인연 만들어 가고 있걸랑요.
어찌 보면 시방 저를 지탱하는 힘도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은디 흐르는 물처럼 이어져야 겠지라. 요새는 논두렁길을 걸으며 요 노래 부르고 다닙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