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유취/ 젖비린내가 아직 가시지 않고

口 입 구 尙 아직 상 乳 젖 유 臭 냄새 취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4

2015-10-07     정문섭 박사

김삿갓이 무더운 여름 한 시골길에서 젊은 선비들이 개를 잡아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한잔 술이나 얻어 마실까하고 옆에 앉았다. 선비들이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아무도 아는 체를 않으므로 비위가 상한 김삿갓이 한마디 하였다. “구상유취(口尙乳臭)로군!”
선비들이 듣고 발끈하며 김삿갓을 칠 기세로 노려보았다. 그가 태연자약하게 능청을 떨며 말하였다. “내가 무얼 잘못했소이까? 내가 말한 것은 개 초상에 선비가 다 모였다는 ‘구상유취(狗喪儒聚)’입니다.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구상유취(口尙乳臭)’가 아니외다.”
선비들이 비로소 이 사람이 천하의 대시인 김삿갓인 것을 알아보고 사과하며 극진히 대접하였다.
「한서ㆍ고제기(漢書ㆍ高帝紀」에 나온다. 시구상유취, 불능당오한신(是口尙乳臭, 不能當吾韓信) :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나 한신을 당해낼 수 없겠구나.
진(秦, BC221-BC206)나라 말, 유방(劉邦)이 항우(項羽)와 천하를 놓고 싸우던 때의 일이다. 당시 일정한 세력을 가지고 있던 위(魏)의 왕표(王豹)가 오랫동안 유방에게 복종을 하고 있었는데, 유방이 팽성(彭城)에서 항우에게 패하는 것을 보고나서는 어느 쪽에 서는 것이 유리한지 저울질하다가 결국 돌변하여 항우에게로 돌아서 버렸다. 유방은 오랜 세월 동고동락을 하던 관계를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린 왕표에 대하여 화가 났다. 우선 왕표와 친한 역이기(酈食其)를 시켜 만류에 나섰다.
그러나 왕표가 오히려 천하대세가 항우에게로 기울어졌으니 같이 귀순하는 게 좋겠다고 청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결국 배신한 왕표를 응징하기 위하여 유방이 한신(韓信)에게 병권을 주며 토벌에 나서게 하였다.
이 때 유방이 출정하기에 앞서 역이기에게 왕표의 선봉장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백직(栢直)이 대장이고 그 밑에 풍경(馮敬)과 항타(項佗)가 보좌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직이라고? 아직 젖비린내도 마르지 않아 경험도 없는 풋내기에 불과한 자다. 우리의 백전노장 한신의 적수가 되지 못하겠구나!”
과연 한신이 바로 공격하여 한 달도 걸리지 않고 왕표를 제압하여 포로로 잡아와 봉읍을 회수하였다. 나중에 항우와 결전을 벌일 때 측근들이 왕표가 또 배신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므로 곧 죽였다.
이 성어는 ‘입의 젖비린내가 아직 다 가시지 않았다’는 것으로 나이가 어린 것을 표시한 것으로 유취미건(乳臭未乾)이라고도 한다. 오늘날에 이르러 사람들은 나이가 어려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라는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말과 하는 짓이 아직 유치함을 일컬으며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경멸하는 말이 된 것이다.
우리 속담에 ‘이마에 피도 안 말랐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