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싸락눈 내리는 날

성원 정봉애(순창읍 장류로)

2015-12-31     정봉애 시인

가을걷이 끝난 지 오래여서
참새들 곡간은 비어 있고
친구인 허수아비마저
쓰러져있는 들녘에 쓸쓸함만
묻어나는데

찬바람 불어오는 어느 날
싸락눈이 하얗게 싸락싸락 내리고
어데서 인지 참새 다섯 마리
차례로 날아와 하얀 싸락눈
콕콕 쫒아도 넘어가는 게 없는 건지

한 마리 새 날아 자리를 옮기면
또 한 마리 한 마리 들새 덩달아 옮기여
가느다란 다리로 부산 나게 걸으며
뾰조록한 부리로 마냥
쫒고만 있기에 안쓰러워

모이를 놓아 주고 싶어도
모이 한 톨 쥔 게 없어
그냥 지나자니 마음만 찹찹해
안 본 것만 못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