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37) 먼저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조훈현 저.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2016-03-23     이완준 문지기쇠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결은 바둑과 인공지능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 시킬 것인지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지만, 완승 할 것이라던 바둑천재가 기계에게 내리지는 동안 인간계는 허탈과 공포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딱 그 수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4국의 78수는 그래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4국의 승리는 인간의 아름다운 도전정신과 창의적인 역량이 그나마 희망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의 바둑을 훈수했고, 아홉 살에 세계 최연소 프로기사가 된 바둑황제 조훈현의 이 책은 마침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혹시 그가 악수를 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솔직히 앞서며 만나게 되었다.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은 “나는 바둑 하나밖에 모른다. 어린나이에 남의집살이를 했고, 젊은 나이에 국내대회를 석권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도 올랐으나, 마흔셋에 제자에게 모든 타이틀을 빼앗기며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바둑과 함께 파란 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그의 치열한 삶이 가져다 준 생각들이다.
한 수 한 수마다 목숨이 걸린 문제가 걸린 바둑 인생에서 문제해결의 고수로 살아온 그는 먼저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기사들은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는데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 방법을 모색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이나 상식, 체계적인 사고와 창의적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 생각이다”라고 한다. 해결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으면 “나는 그저 생각 속으로 들어갔을 뿐인데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아낸다”는 것이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설명이었다.
정상은 아무나 가지 못한다. 무게를 견뎌낼 인품과 인성이 없이는 어렵다는 말이 눈에 띄었다. 바둑은 실력차이보다는 실수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인데 실수는 우연이 아니고 자신의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란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 그러니 적의 성장도 기뻐하라고 한다.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어서 어떤 사람이 무슨 행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판을 정확히 읽고 움직이고, 싸움에 대한 예의는 최선을 다하는 것, 어떤 상대에게도 기죽지 말고 당당히 대할 것, 오히려 수많은 패배를 통해 단련되어야 강단과 넓은 시야가 트인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그것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않고 회피하지는 않았는지를 반성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선물이었다. 끝까지 해결하겠다는 근성이 있었는지, 삶의 전술과 전략을 세워 포석하고 끊임없이 판세를 읽으며 삶의 한 수 한 수를 신중하게 두어왔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거침없이 공격하되 치열하게 방어하는 삶, 결코 포기하지 않고 반전을 노리는 끈기,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기되, 비록 이기지는 못해도 최선을 다 하며 사는 동안 “다르게 생각하라!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라!”는 것이 그의 생각법이었다.
제비처럼 빠르고 화려한 기풍의 조훈현 바둑 황제가 정치라는 새로운 길에 몸을 담았다. 그동안에도 여러 가지 제안을 받으며 뿌리치고 살았다는 그이기에 의외지만, 바둑판이 아닌 정치판에서 그의 새로운 변신이 악수나 사석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우리도 정치의 계절이다. “최상이 아니면 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실천해 볼 기회다. 아무렇게나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한 수 한 수를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