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빼앗은 우리집 “도와주세요”

박찬진 씨 주택 전소 … 사연 알려져 안타까움 더해, 주택ㆍ농지 모두 임대 … 생계 막막해 소득원 필요

2016-05-12     조남훈 기자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던 가족의 행복을 화마가 앗아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일 오후 4시경이다. 이 시각 이웃의 고추밭에서 모종 심는 일을 하고 있던 박찬진(59ㆍ쌍치 운암)ㆍ레티몽투(35) 부부는 집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는 이웃의 전화를 받고 급히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번진 상황이었다. 소방차가 도착해 진화작업을 벌여도 도무지 잡히지 않던 불은 집을 모두 태우고 나서야 잡혔다. 화재원인은 누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가 나던 시간에 어린 자녀는 동네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화를 면했다. 박 씨는 “집에 있으면 텔레비전만 보기 때문에 아이를 교회에 보낸 것이 살리게 됐다. 형수가 아이를 챙겨 화재 당시 아이는 집에 가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가 난 집 양쪽 가까이에는 조립식 주택 등 건물이 있었지만 옮겨 붙지 않았다.
하지만 박 씨 가족은 이 화재로 모든 재산을 잃었다. 불이 난 주택은 임대주택인데다 화재보험에도 가입돼있지 않았다. 박 씨는 타 지역에 사는 집 주인에게 화재사실을 알린 상태인데 보상 등 구체적인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부부가 더욱 힘든 이유는 생계가 막막하다는 것이다. 약 1000평의 농지를 임대해서 농사짓고 있는 부부는 군내는 물론 우리나라에 다문화가족이 많은 점에 착안해 베트남 채소를 재배해왔다. 부인인 레티몽투 씨가 베트남 출신이어서 부부는 채소 종자를 얻고 재배방법을 익히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박 씨 부부처럼 베트남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생계수단으로는 적합지 않게 됐다. 쌍치면에서 많이 재배하는 블루베리는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어 시작도 못했고 복분자는 진작 하다가 수령이 다 돼 죽은 뒤 접었다.
화재가 박 씨 가족에게서 빼앗아간 것은 재산만이 아니다. 박 씨는 “아이 어릴 적 사진들이 모두 불에 탄 것이 마음 아프다. 베트남에서 결혼식 올릴 때 찍은 사진도 탔다. 아내 휴대전화에도 사진이 많이 있었는데 일하러 나갈 당시 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왔다. 그래서 불에 탔다”며 추억이 담긴 사진이 사라진 것을 특히 안타까워했다. 화재 후 부부가 건진 물건은 그나마 불에 타지 않은 베트남커피봉지와 베트남 채소 씨앗 한 봉지였다. 집터에서는 올해 심으려고 했던 베트남콩이 보였다. 박 씨 가족의 이동수단이었던 오토바이도 손상돼 운행할 수 없게 됐다. 
박 씨 가족은 일단 같은 동네 살고 있는 형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임시거처일 뿐, 계속 지내야 할 곳은 아니다. 마을 내 빈집을 찾아 거주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거주지이고 당장 막막한 것은 생계다. 군은 박 씨 가족에 대해 긴급구호자금을 지급할 계획인데 이는 월 60만원씩, 3달을 넘길 수 없다. 신체 건강한 박 씨 부부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았다.
박 씨 가족이 화재 아픔을 빨리 이겨내기 위해 이웃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씨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주민은 “내년에는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아무것도 없이 다 타버렸다. 이웃들이 조금씩 보탰으면 좋겠고 쌍치면민회도 나섰으면 한다. 빨리 털고 일어서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원계좌: 농협 515106-52-053771 예금주 박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