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18)/ “자, 여기 냉수 한잔 들이켜세요”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2016-07-20     이혜선 편집위원

아직 장마철인데 더위의 기세가 만만찮다. 얼음 동동 띄운 차갑고 시원한 물 한잔이 반갑게 여겨지는 때이다.
“냉수 한 사발 쭉 들이키면 정신이 좀 들 거야”는 익숙한 표현인데, 이 예문에서는 ‘들이키면’은 잘못된 표현이다. ‘들이켜면’이라고 해야 한다.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발을 조금씩 들이키세요’처럼 쓸 수 있다. 반대말은 ‘내키다’인데 ‘공간을 넓히려고 바깥쪽으로 물리어 내다’라는 의미다. ‘마당을 넓히기 위해 오래된 담을 내켜 쌓았다’같이 표현할 수 있다.
‘들이켜다’는 ‘물이나 술 등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라는 의미와 ‘공기나 숨 따위를 세차게 들이마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니 갈증이 풀렸다’, ‘맑은 시골 공기를 들이켜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덧붙여 ‘내키다’는 ‘들이키다’의 반대말 말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라는 의미도 있다. ‘내키지 않으면 관둬’,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처럼 말할 수 있다. 또 ‘불길이 방고래로 들지 않고 아궁이 쪽으로 나오다’라는 뜻도 있다. ‘바람이 불면 군불을 때도 자꾸 내키기 때문에 방이 쉬이 따뜻해지지 않는다’처럼 쓸 수 있다.
또 ‘폭염이 사그라들고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이 역시 잘못된 표현으로 ‘사그라들고’를 ‘사그라지고’로 고쳐 써야 맞다.
주변에서 ‘삭아서 없어지다’라는 의미로 ‘사그러들다, 사그라들다, 사그러지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때는 ‘불길이 사그라졌다’, ‘끓어올랐던 울분이 점차 사그라졌다’, ‘흥분이 좀 사그라진 뒤에 다시 보자’와 같이 ‘사그라지다’로 쓰는 게 바른 표현이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로 등목하기,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 한입 베어 물기, 출렁이는 바다에 풍덩 뛰어들기 등등. 이 모든 게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여름이 더운 덕분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더위가 조금은 사그라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