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근착절/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

서릴 반 盤 뿌리 근 根 섞일 착 錯 마디 절 節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38

2016-09-28     정문섭 박사

《후한서ㆍ우후전(後漢書ㆍ虞詡傳)》에 나온다. 후소왈 … 불우반근착절, 하이별리기호(詡笑曰, ….不遇盤根錯節, 何以別利器乎) : 후가 웃으며 말했다… 구부린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에 부딪쳐 보지 않고서야 어찌 칼날의 예리함을 알 수 있겠는가.

동한(東漢, 25-220)시대 안제(安帝)가 13세로 즉위하니 어머니 등(鄧)태후가 섭정을 하면서 오빠 등즐(鄧騭)을 대장군으로 삼았다. 당시 강족과 흉노족의 세력이 강하여 서북 변경지방인 병주(幷州)와 양주(凉州)가 여러 번 침략을 당했다. 등즐은 재정부족을 이유로 양주를 포기하고 병주만 방어하자고 주장했다. 대신들은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던 등즐의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우후(虞詡)만이 고개를 저었다.
“예로부터 양주는 열사와 무장이 많이 배출되는 곳입니다. 이런 땅을 오랑캐에게 넘기다니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우후의 의견이 맞으므로 대신들이 이에 동조하니 결과적으로 등즐의 주장이 뒤엎어졌다. 이로 인해 체면이 구겨진 등줄이 앙심을 품고 언젠가 기회가 오면 보복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때마침 조가현(朝歌縣)에 수천 명의 폭도가 들고 일어나 현령을 죽이고 노략질을 하자 등즐이 우허를 조가현 현령으로 임명했다. 물론 전날의 수모에 대해 앙갚음하려고 사지(死地)로 보내는 인사 조치였다.
그의 동료들이 이 소식을 듣고 근심걱정을 하면서 억울한 일이라며 불평하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우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하였다.
“사람이 뜻을 세울 때에는 단순하고 평범한 포부를 세워서는 안 되며, 일을 할 때에도 쉬운 일만 하려하고 또 곤란을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보네. 나무를 자를 때에 만약 아무렇게나 뒤얽혀 있는 나무뿌리와 가지를 잘라내지 않는다면 도끼 끝이 예리한지 아닌지를 어찌 알겠는가? 이와 똑같이 사람이 만약 자기를 곤경한 곳에 두지 않는다면 곤란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찌 알겠는가?”
우후가 부임이후 건장한 장사들을 모집하여 엄격하게 훈련을 시켜 무력부서에 배치하였다 그 후 유인책을 써 도적의 두목을 잡고 일거에 도둑무리를 일망타진하여 조가지역의 오랜 숙원을 평정하게 되었다. 등즐의 기대를 보란 듯이 배반한 것이다. 
이 성어는 ‘얽히고 설긴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 라는 뜻으로 우후는 뿌리와 가지들이 서로 뒤얽혀 있는 나무는 도끼 끝이 과연 예리한지 아니지를 시험하는 좋은 재료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은 이 성어로 일의 어려움이 커 쉽게 해결하지 못하거나 일이 착잡해져 처치하기 어려운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썼다.
유사한 성어로《역경(易經)》에 나오는 착종복잡(錯綜複雜)이 있다. ‘여러 가지가 뒤엉키어 복잡하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