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25)/ ‘빠르면’과 ‘이르면’/‘∼던(지)’와 ‘∼든(지)’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이르면(O)/빠르면(X) 오늘 소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6-11-09     이혜선 편집위원

“빠르면 오늘 소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보면 특정 시간이나 기간에 대하여 좀 더 빠른 시점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빠르면’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흔히 각종 공고문 등에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나 ‘빠르면 올 해 안에…’ 등과 같이 ‘빠르면’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되는데 ‘빠르면'이 아니라 ’이르면'으로 고쳐 써야 맞다.
또 ‘강천산 단풍이 예년보다 빨리 물들었다’, ‘그 대학에 가장 빨리 원서를 냈다’, ‘약속 장소에 1시간이나 빨리 나와서 기다렸다’ 등도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모두 ‘빠르다’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예다. 각각 ‘강천산 단풍이 예년보다 일찍 물들었다’, ‘그 대학에 가장 일찍 원서를 냈다’, ‘약속 장소에 1시간이나 일찍 나와서 기다렸다’ 등이 맞는 표현이다.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라는 뜻으로 속도와 관계가 있다. ‘나이가 드니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약효가 빠르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두뇌회전이 빠르다’처럼 쓴다.
이와는 달리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와 관계가 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처럼 쓴다.
또 방송 등에서 구별 없이 쓰이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던(지)’와 ‘∼든(지)’가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둘 사이의 구분은 의외로 간단하다. 과거의 의미로 과거에 일어난 일을 회상할 때는 ‘∼던(지)’, 어떤 상태나 동작에 대한 선택의 의미를 나타낼 때는 ‘∼든(지)’가 맞는 표현이다.
과거를 회상할 때 ‘어제 먹던 밥이 많이 남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먼 하늘만 바라본다’ 등처럼 사용될 수 있고, 과거 일을 언급할 때 ‘얼마나 먹었던지 지금도 배가 부르다’, ‘학창 시절이 얼마나 그립던지 눈물이 난다’처럼 쓸 수 있다.
선택의 의미로 ‘친구와 오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하렴’, ‘주말에 여행을 가든(지) 잠을 자든(지)’,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도둑고양이들’, ‘눈이 오거든 차를 두고 가거라’ 등과 같이 표현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보통 두 개 이상을 나열하고 ‘든지’로 묶어 앞의 것이든 뒤의 것이든 무엇을 선택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접하다보면 이처럼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되어 헷갈리기 쉬워 함께 쓰이는 말들이 넘쳐난다. 우리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올바르게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조금만 신경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