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33)/ ‘스트레스로 빨간 귓불, 횡격막호흡으로 가라앉혀볼까’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횡격막(O) / 횡경막(X), 귓불(O) / 귓볼(X)

2017-03-09     이혜선 편집위원

‘머리 어깨 무릎 발~’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동요다. 신나는 음악에 율동을 곁들여 자연스럽게 몸의 명칭을 익히게 한다. 개인적으로도 내 아이를 키울 때 이 동요 덕분에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되어 남아있다.
의학용어를 제외하더라도 우리 몸에 대한 단어만 해도 아마 수백 가지는 족히 될 것이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이렇게 수많은 단어를 익히게 된 까닭은 몸의 구석구석 하나하나까지 그만큼 모두 중요해서일 것이다.
다음 두 예문을 살펴보자. ‘횡경막 호흡은 쉽게 복식호흡이라고 부른다.’, ‘귓볼 부위와 턱 아래, 그리고 혀 아래에 각각 한 쌍의 침샘이 있다.’ 이 두 표현은 맞는 말일까?
호흡의 중요성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복식호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복식호흡이 단순히 배를 부풀리고 수축하기를 반복하는 호흡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론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깊고 고른 호흡법이라고 한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 횡격막은 배와 가슴 사이를 분리하는 근육으로, 가로로 된 격막, 즉 ‘가로막’을 뜻한다.
첫째 인용문의 ‘횡경막’은 ‘횡격막’으로, 둘째 인용문의 ‘귓볼’은 ‘귓불’로 고쳐야 한다. 귓불은 귓바퀴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살을 뜻하는데, 뺨의 가운데를 이루고 있는 살집인 ‘볼’을 연상해서인지 ‘귓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우리 몸의 각 부분을 일컫는 말 중 잘못 쓰기 쉬운 예들이 많다. 성년 남자 목의 정면 중앙에 방패 연골의 양쪽 판이 만나 솟아난 부분은 ‘목젖’이 아니라 ‘울대뼈’다. 목젖은 목구멍의 안쪽 뒤끝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민 둥그스름한 살을 가리킨다.
‘어깨뼈(=견갑골)’ 대신 ‘날개뼈’를 쓰거나 발뒤꿈치에 대응해 ‘앞꿈치’를 쓰는 사례도 많다. 날개뼈는 익룡에겐 있었겠지만 사람에게는 없는 뼈다. 앞꿈치는 ‘발 앞쪽’으로 써야 한다.
또 뭔가 마음에 못마땅한 일이 있을 때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주름은 ‘눈쌀’이 아니라 ‘눈살’이다.
평상시에도 꾸준히 하면 좋지만 특히 요즘처럼 눈살을 펼 새가 없을 만큼 여기저기가 시끄러울 때 가장 손쉽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심호흡이다. 처음부터 횡격막 호흡을 제대로 하긴 어렵지만 코로 숨을 충분히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는 호흡만으로도 몸을 이완시키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호르몬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참에 ‘횡경막호흡’이 아닌 ‘횡격막호흡’으로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물리치고 소중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