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34)/ 박근혜 전 대통령, 피의자 신문 잘 마쳤나요?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신문/심문, 반증/방증

2017-03-22     이혜선 편집위원

‘신문’과 ‘심문’의 사전적 의미는 비슷하다. 국어대사전에서도 ‘신문(訊問)’은 ‘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물음’, ‘심문(審問)’은 ‘자세히 따져서 물음’이라고 정의해 둘의 차이가 모호하다. 그러나 법률용어로는 확연히 구분된다.
‘신문’은 피의자나 증인을 불러 직접 캐어묻는 행위를 일컫는다.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자를 불러놓고 죄를 지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조사하는 행위도 신문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질심문’, ‘유도심문’은 ‘대질신문’, ‘유도신문’이 바른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앞두고 피의자 신문 리허설 총력’, ‘검찰, 대질 신문 계획 없어’ 등처럼 쓰일 수 있다.
‘심문’은 법원이 당사자나 그 밖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구두나 개별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진술한 것을 심리하는 것도 심문에 해당한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자백을 받아 내려고 캐어묻는 경우는 ‘신문’을,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따져 물을 때에는 ‘심문’을 쓴다고 보면 된다.
또 구분이 모호한 말로 ‘반증’과 ‘방증’이 있다.
‘반증(反證)’은 어떤 사실ㆍ주장이 옳지 않음을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하는 것이고, ‘방증(傍證)’은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지만 주변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여기 ‘반증’을 위한 유명한 예가 있다. ‘모든 까마귀는 검다’란 주장이 틀렸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선 검지 않은 까마귀를 찾아야 한다. 흰 까마귀를 발견하게 되면 이 자체가 ‘모든 까마귀는 검다’는 가설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 즉, ‘반증’이 된다.
문맥에 따라 구별해야 함에도 ‘방증’을 써야 할 곳에 ‘반증’을 잘못 사용하는 일이 많다. “그 상표의 모조품이 많다는 건 그들 제품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반증한다”처럼 써서는 안 된다. ‘방증’이라 해야 뜻이 통한다.
둘 다 증거를 들어 밝히는 일과 관련 있지만 ‘방증’이 정황을 뒷받침하는 간접적 증거라면 ‘반증’은 그렇지 않음을 단정하는 반대되는 증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