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금과들소리 예능보유자 '별세'

잊혀져 가는 들소리 채록ㆍ정리ㆍ계승에 헌신

2017-09-21     조남훈 기자

금과들소리 복원에 지대한 공을 세운 예능보유자 이정호 씨가 지난 13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이 씨는 잊혀져가던 금과들소리를 복원ㆍ계승하며 평생을 헌신했다. 그는 금과들소리가 500년 동안 이어져왔지만 더 이상 계승하려는 이가 없어 명맥만 유지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농요를 듣고 자라 금과들소리의 구성을 잘 알고 있던 그는 어원과 악보, 가사를 채록, 발굴하며 농요의 흔적을 이어 체계를 만들었다. 상사소리, 문열가, 연꽃타령, 방아타령, 사호소리, 장원질소리, 물품기소리 등을 꾸준히 연습했다. 그의 노력에 탄복한 금과면 주민들이 들소리 보존에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1997년 금과들소리보존회가 만들어졌다. 그는 2007년 7월 27일 전북 무형문화재(예능보유자) 지정받았다. 2010년에는 금과들소리전수관이 건립되고 한쪽의 논에서는 매년 6월경에 금과들소리 현장공연이 벌어진다. 
금과들소리가 전북 무형문화제(제32호)로 지정된 데는 이 씨의 공이 지대하다. 금과들소리는 지난 2002년 한국민속예술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해 무형문화제로 지정됐다. 예능보유자인 이 씨는 지역 주민들에게 금과들소리를 가르치며 전수자와 이수자를 배출했다. 정기적으로 금과초 학생들에게도 소리를 가르치며 공연에 참여시키는 등 보존ㆍ계승활동에 앞장섰다.
이 씨는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올해 지병이 악화됐다. 고된 농사일을 소리로 달래고 혼으로 승화시키던 그의 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지만 그가 혼을 바쳐 정립해온 금과들소리는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