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27

1987년에 발표된 황지우의 세번째 시집 '나는 너다'에 수록된 시다. 황지우의 시집 '나는 너다'에 수록된 시 96편 제목 모두가 숫자다. 그 숫자의 의미를 짐작하고 해석하는 궁금증과 재미를 낳기도 했다. 시인은 말한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1952년 전남 해남 출생.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이다. 한국예술종학교 총장(5대)을 역임했다.

2017-12-21     황지우 시인

한다. 시작한다. 움직이기 시작한다. 온다. 온다. 온다. 온다. 소리난다. 울린다. 엎드린다. 연락한다. 포위한다. 좁힌다. 맞힌다. 맞는다. 맞힌다. 흘린다. 흐른다. 뚫린다. 넘어진다. 부러진다. 날아간다. 거꾸러진다. 패인다. 이그러진다. 떨려나간다. 뻗는다. 벌린다. 나가떨어진다. 떤다. 찢어진다. 갈라진다. 뽀개진다. 잘린다. 튄다. 튀어나가 붙는다. 금간다. 벌어진다. 깨진다. 부서진다. 무너진다. 붙든다. 깔린다. 긴다. 기어나간다. 붙들린다. 손올린다. 묶인다. 간다. 끌려간다. 아, 이제 다 가는구나. 어느 황토 구덕에 잠들까. 눈감는다. 눈뜬다. 살아 있다. 있다. 있다. 있다. 살아 있다.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