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189) 동양 사상이 말하는 한울의 뜻

2017-12-28     박재근 고문

“한울의 소리는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푸른 하늘 어디에서 찾으랴, 높은데도 아니요 먼데도 아니니 모두가 사람의 마음에 있다.”-명심보감,강절소; 1011-1077-
사전에서는 한울을 만물의 주재자(主宰者). 자연의 이법(理法). 목숨(생명)이라 한다. 성경의 하느님에 대한 정의에 “나는 길이요 진리며 생명이니” (요한복음14장 6) 라는 구절과 거의 일치한다 하겠다. 한울의 마음은 살아있는 모든 생물을 살리는 마음이며 한 가족으로 공존하는 마음이다. 가족으로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 다른 사람을 나와 똑같이 아끼며 배려하고 사랑해야 하며 상해하지 않아야한다. 한울은 모든 생물이 자기 역할과 몫을 벗어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를 바란다. 만물이 자기 역할을 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을 자연의 질서라 하며 자연의 질서를 자연의 조화라 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침해하는 것이다. 식물은 생명 없는 것으로 먹이를 하지만 모든 동물은 생명 있는 것을 먹이로 한다. 고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을 먹이로 하는 식물을 닮아 생명을 덜 상하게 하기 때문에 나무처럼 장수한다. 동적인 사람들은 생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 쪽에 가까워 욕심이 많고 특히 권력과 지위, 명예와 호화사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생명을 상하게 한다. 욕심은 더 많은 생명을 상하게 함으로 한울의 뜻인 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파괴한다. 선하게 산다는 것은 세속적 욕심을 줄임으로써 다른 생명을 나와 같이 귀중하게 생각하여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부득이 다른 생명을 침해 하는 것은 죄가 아닐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을 사치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상하게 하는 것은 분명 죄악이다.
 
“욕심을 즐기는 것이 깊을수록 한울이 준 지혜는 깊이가 없어진다.” -장자-
천심은 최선의 보물이며 천심을 지키는 것은 최선의 나를 지키는 마음이다. 현자는 천심을 보존하기 위해 세속적 이익을 잃고 우자는 세속의 이익을 위해 천심을 잃는다. 욕심은 탐욕으로 진화하면서 생명의 윤리와 도리를 이탈하고 세상의 평화와 조화로운 삶을 깨뜨리면서 재앙을 만든다. 사람의 불행 중 절반은 안 해도 될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함으로써 만들어진다. 해서는 안 되는 일, 안 해도 될 일을 줄이면 사람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은 사람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에 사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살더라도 마음속에 욕망을 줄여 말을 줄이고 일을 줄이며 생각을 줄이고 사람과의 만남을 줄이며 생활을 검소하게 하여 필요를 줄임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

활동적인 사람은 욕심을 부려 일을 늘리고 사람과의 만남을 늘리면서 사물과의 관계가 넓어지고 깊어지며 사물에 구속당하면서 자기를 잃는다. 일을 많이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늘리는 것은 자기를 실현하기 위함인데 도리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주객이 전도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사람과의 빈번한 접촉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차별을 알고 남을 의식하게 되면서 사치를 지향하게 된다. 탐욕적인 사람일수록 필요한 것이 많아져 자연 자원을 많이 쓰고 심신의 소모가 많아지며  마음의 과로로 인해 단명해 진다. 필요한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자연 가족이 함께 써야 자연 자원을 더 많이 축내며 다른 생명의 몫을 침범하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조용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은 욕심이 적어 마음을 비우기 쉽고 마음을 비운 사람은 검소한 생활을 즐기며 사치를 즐기지 않는다. 검소하게 살면 필요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생명을 덜 상하게 하면서 자기마음을 청정하게 보존할 수 있다. 검소한 사람은 겸허하고 겸허한 사람일수록 조용하고 선량하며 부지런하다. 게으르고 교만하며 자기를 내 세우기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호화 사치를 동경하며 노동을 경시하면서 죄악을 많이 만든다.
 
“타고난 한울의 마음과 성품을 때 묻지 않게 보존하고 가꾸어 키우는 것을 한울을 섬기는 일이라 한다.”-맹자- “마음을 가꾸어 키우기 위해서는 욕망을 줄이는 것만 한 것이 없다.” -맹자- 
 산다는 것은 자기 밖의 사물과 끊임없이 접촉하는 것이다. 사물에는 크고 작음과 많고 적음, 좋고 나쁨과 이해득실이 있고 이런 것들이 욕망을 자극하며 타고난 천성에 때가 끼면서 자기를 잃어간다. 내 안의 마음이 나의 주인이고 밖의 사물은 객이다. 사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기를 잃는다는 것은 자기 밖의 사물에 자기를 빼앗긴다는 뜻이다. 사물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한울의 마음을 보존하며 가꾸고 키운다는 것은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며 한울을 섬기는 것이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