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녕 기원, 풍산 하죽 ‘우물제’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 우물 청소하고 제사 모셔

2018-03-22     김슬기 기자

음력 2월 초하룻날,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하기 위해 음식을 베풀고 즐기던 세시풍속 ‘머슴 날’. 풍산 하죽마을에서는 이 날 ‘시암제(샘제, 우물제)’를 지낸다.
음력 2월 1일인 지난 17일, 마을 주민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제수를 우물 앞에 차려 놓고 시암제를 지냈다. 겨우내 잠겨있던 우물가는 아침 일찍부터 마을 주민들이 나와 북적였다. 그동안 해온 대로 마을 청년들이 우물 속의 물을 모두 퍼내고 깨끗하게 청소했다.
“배미산 아래 순창군 풍산면 하죽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만물을 관장하시고 굽어 살피시는 천지신명께 하죽마을 큰 샘 앞에서 삼가 고하나이다. (중략) 우리 마을에 건강과 안녕이 항상 충만하게 하시옵소서.”
김형영 이장이 읽은 축문에는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소지를 태우며 주민들은 각자 바라는 소망을 떠올렸다.
시암제를 마치고 동네 주민들은 우물 옆 마을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모였다.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정담을 나누었다. 한 주민은 “해마다 시암제를 지내면 풍물 소리에 동네가 들썩들썩 했었는데 올해는 꽹과리, 장구 소리가 없어서 허전했다. 재작년인가 풍산면농악단이 와서 농악도 쳐주고 그랬는데 내년 시암제 때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