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9) 이화우

글 그림 : 조경훈 시인 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2018-05-17     조경훈 시인

 

이화우 梨花雨

매창梅窓(1573-1610)

이화우 梨花雨 흩뿌릴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 秋風落葉 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조선시대 부안 기생 이매창(1573-1610)의 시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만종은 소화시평에서 송도의 황진이와 부안 계생 매창이 문사에서 서로 견줄만 하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시문과 거문고가 뛰어나 당대에 큰 명성을 얻으면서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 인조반정의 공신 이귀 등과도 교류했는데, 떠돌이로 남도를 여행 중이던 유희경이 매창을 만나자 시문으로 “남쪽 지방에 계량의 이름을 일찍 들었는데…. 이제 보니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하구나” 표현해 고백하니 둘은 곧 정인이 되었다.
그러나 만남에는 곧 이별이 있는 법. 얼마지 않아 유희경은 매창의 곁을 떠난다. 그 뒤에도 서로 그리운 정을 편지에 담아 주고받았는데, 매창은 유희경이 “나는 멀리 한양에 있어 그대를 못 만나는구나” 한탄을 담아 써 보낸 편지를 들고 한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한양 성북동 어디쯤에서 임을 만났을 것인즉 무슨 말이 있겠는가. 둘은 바라만 보았을 것이고 선뜻 집으로 데려가지 못하는 님(유희경)의 마음을 이해하는 매창은 돌아서서 작별한 후 한양에서 떠돌이로 헤매다가 38세의 나이로 목숨이 시들었다. 이때 유희경은 28세나 위였다. 이 사연을 들은 몇몇 지인들이 매창을 떠메 부안으로 가서 거문고와 함께 묻은 후 오늘까지 매창의 날을 정해놓고 해마다 묘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참 멋쟁이 부안사람들이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아릅답나니! 매창의 생애가 이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