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11) 종소리가 당신에게

글 그림 : 조경훈 시인 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2018-06-15     조경훈 시인

 

종소리가 당신에게

조경훈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별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구름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마음이 겸손한 사람이다
오 그럼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더냐?
산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들판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희망을 가꾸는 사람이다
눈을 감고도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이다
오 이렇게 바라보며 살 것이 많은
이 마지막 지상에서 당신은
지금 무엇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더냐?

나에게 시를 왜 쓰느냐고 물어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운명론을 말합니다.
그렇게 살기를 50여년, 그동안 쓴 시를 모두 합하면 350여 편 쯤 됩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1년 동안 쓴 시를 모두 펴놓고 서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만나는 기쁨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쓴 시는 모두 내 것이 아니고 독자들의 것입니다. 독자들은 쉽고 평이한 말로 쉽게 쓴 시를 선호하고,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외로움, 삶과 죽음 등을 담아낸 서정시로써 감동적인 어휘와 음악적인 리듬으로 짧게 만나는 1분의 예술로 끝내야합니다. 나를 비롯 많은 시인들이 좋은 시 한편을 쓰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 시다’라고 선 듯 내놓지 못한 이유는 쓴 시보다는 사람됨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린 ‘종소리가 당신에게’는 월간지 <책과 인생>에서 ‘이달의 명시’로 추대 받은 시인데 시의 주제는 자연과 생명을 사랑으로 감싸 안기입니다.
고단한 삶에 따뜻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경훈(1939~)

시인, 화가, 전북 순창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중앙대 미술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다. 39년간 교직에 있었으며 <월간문학21호>로 등단하였다. 사물에 대한 예리한 감성과 발랄한 발상, 그리고 풍요한 시어의 구사와 함께 시적 구성이 뛰어나다. 시집 <오, 파도여, 종을 치는 파도여>, <섬진강에 보내는 편지> 외 다수가 있다. - 출처 <바람이 꽃잎 위에 새긴 시>(예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