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걸어서 평양 속으로’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2018-10-11     김귀영 독자

2018년 9월! 온 나라가 평양을 보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TV 화면에 펼쳐지자 전 국민이 일손을 놓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남북한 정상이 환호하는 북한의 인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는 모습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온 겨레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을 지나 멋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꿈을 이루리라. 블라디보스톡을 지나 모스크바를 거쳐, 동유럽 서유럽 고대 로마 도시 이탈리아로 가는 횡단열차의 꿈!!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화, 새로운 미래’ 라는 슬로건으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내내 상상도 못했던 평양의 모습이 실시간 중계 방송되는 동안, 팔천만 겨레의 가슴은 놀라고 설렜으니 한가위 최고의 선물이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한걸음 더 다가선 공동선언문에는 군사적 조치 이외에도 다각적인 민간교류와 경제협력 등의 획기적인 일들이 들어 있었다. 동ㆍ서해안 철도와 도로 착공식이 금년 내에 열리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개며, 가장 큰 기대를 갖는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화상 상봉, 편지 교환 등 사업을 하게 된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우리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15만 여명 평양시민을 향한 대통령의 연설은 전율이었다. 마지막 날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온전한 통일의 꿈을 꾸게 한다. 몇 해 전 연길에서 시작하여 용정 대성학교며 일송정을 보고 백두산 천지에 올랐던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두만강 변에 서서 북한 땅을 지척에 두고 바라보며 눈물짓던 일행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주말이면 아내와 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를 즐겨본다. 마침 지난주에는 걸어서 평양 속으로 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평양의 달라진 모습!! 고층빌딩에 휴대전화, 명품 가방까지 평양 시민들의 여유 있는 모습은 우리 일상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학생이며, 킥보드를 타는 어린이와 부모들에게선 여유가 묻어난다. 개방된 평양의 모습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진천규 기자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책 속의 평양 풍경이 오버랩된다.
순창에서도 강연했던 대구 사는 평양시민 김련희 씨의 글이다.

“빙산이 녹아내린다!! 70여년 꽁꽁 얼어붙었던 우리 조국 삼천리금수강산에 따스한 봄기운으로 새싹이 움터난다!! 형제가 증오하고 경계하며 어그러졌던 우리의 얼굴 마다에 기대감에 넘친 미소가 흐르고 설레임으로 눈시울이 젖어있다. 역사적인 평양정상회담이 온 세계를 뒤흔들고 환호성과 밝은 미래를 가져왔다. 아~ 얼마나 간절히 그려오던 순간인가! 아~ 얼마나 바라던 하나된 민족의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