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한글교실 ‘시작’
3월부터 10월까지 22회 운영, ‘쓰기’보다 ‘말하기’교육 필요
2019-03-27 박진희 기자
수업 첫날에는 장애인연합회 김현정(청각 장애) 회장이 방문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부정하지 마세요. 파이팅~”이라고 칠판에 적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14일에 있었던 첫 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21일 두 번째 수업에서는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적어보고 크게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창귀 한글 강사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나와 자기 이름을 쓰게 하고 자기 이름을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들어가도록 안내한 뒤 수업을 시작했다. 하얀 칠판에는 된소리(4자)를 제외한 한글의 자음(15자)이 가로로 나열되어 있었다. 지명을 받은 학생들은 앞으로 나와 칠판에서 자기 성의 첫 글자에 해당하는 자음 아래 자신의 이름을 쓰고 이름을 말 하고 자리로 들어갔다. 홍일성 학생이 지목을 받고 앞으로 나오자 “히읗 받침이니까 히읗 아래 이름을 써야겠지요.”라며 머뭇거리는 학생을 위해 단계별로 천천히 지도해 나갔다. 두 번째로 지목받은 박미숙 학생이 비읍 아래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은 뒤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하자 김 강사의 칭찬과 학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올해로 3년째 장애인 한글교실의 수업을 맡게 된 김 강사는 “그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글씨를 더 많이 알게 되는 것보다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업 참여자 중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당장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말하기 교육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 강사는 “어린 시기에 방치됨으로써 발음을 정확하게 못하는 사람이 많아 조기 언어치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면서 “장애인들이 어릴 때부터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군 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추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말하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업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의 폭이 넓다. 이 중에는 40살이 넘도록 자신의 이름조차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장애인도 있어 초기 언어 치료 및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