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31) 나그네

글ㆍ그림 :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2019-04-17     조경훈 시인

나그네

-박목월(朴木月)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 시는 암송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이 시는 서정적이고 어렵지 않은 우리말로 써져 있고, 민요조의 우리가락 속에 친숙한 나그네란 말이 잘 녹아있다.
사실 우리 인간의 삶은 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도 나그네로 이 세상에 왔고, 당신도 나그네로 살다 간다는 말이 인용된다. 어떤 시인은 소풍 와서 잘 놀다간다고 했고 또 불가에서는 살아가는 일이 고통의 연속이니 고해의 세상이라 했다. 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면서 사느냐는 각자의 몫이 되겠지만 시인이 나그네가 되고자 하는 의미는 속박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나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나그네의 떠남이다. 또 모든 사람들이 언제인가는 떠나야 하는 나그네가 될 것인 즉, 흰 눈 내리고 바람 부는 겨울 벌판을 홀로 가고 있는 그 겨울 나그네의 모습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목월 시인은 소설책 몇 권에 들어있는 우리 이야기를 단 10줄의 시에 모두 담았다. 그것도 7ㆍ5조의 가락 속에 넣어 줄줄이 쉽게 읽히고 넘어가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첫 줄에 ‘강나루 건너서 /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라 했다. 우리 모두는 구름에 달 가듯이 나그네처럼 살아간다는 것이다.
어디쯤 가고 있는가?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리’라 했다. 그 곳에는 ‘술 익는 마을마다 / 타는 저녁놀’ 이라 했다. 얼마나 평화로운 곳인가! 다시 한 번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라 했으니 우리는 나그네로 와서 잘 살다가 나그네로 가고 있는 것이다.


*박목월(본명 : 영종, 1916~1979) 경북 경주 출생, 청록파 시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