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농협, 축사시설대출금 건축업자에 과다지급...

농가, “주지 말랬는데 확인 없이 지급, 피해입어”, 농협, 현장 미확인 ‘인정’ / 전화로 물었다 ‘주장’

2019-06-12     조재웅 기자

 

대출금 가로챈 건축업자 ‘구속’, 농가는 ‘발동동’
축사시설 자금 일주일 사이 1억8000여만원 지급
 농가, “주지 말랬는데 확인 없이 지급, 피해입어”
 농협, 현장 미확인 ‘인정’, 전화로 물었다 ‘주장’

구림농업협동조합(조합장 이두용)이 축사시설자금을 대출해주며 기성(건축진도)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건축업자에게 대출금을 직접 지불했고, 그 대출금을 가로챈 건축업자가 구속돼 시설자금 차주인 농가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설자금 차주 김아무개 씨는 지난해 9월 축사를 짓기 위해 건축업자와 도급계약을 맺었다. 김아무개 씨는 이어 지난해 11월 28일 구림농협에서 시설자금(농업종합자금) 2억5000만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당일 선급금(30%) 7500만원을 차입해 건축업자에게 지급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12월 6일 구림농협은 분할대출금 1억1250만원을 건축업자에게 지급했다. 1주일 사이에 총 1억8750만원이 지급된 것. 이후 건축업자는 축사 시공을 하지 않은 채 구속됐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씨와 농협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나는 (구림농협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돈을 주지 말라고 했고, (구림농협이) 현장이나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돈을 지급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림농협 대출담당자는 “필요한 서류를 받지 않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당일 3차례나 통화로 지급해도 된다는 답변을 듣고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그날(12월 6일) 내가 여기(축사) 3시까지 있었다. 내가 돈을 주라고 했으면 (농협)가서 사인을 해주고 돈을 줘도 늦지 않다. 나한테 전화해서 업자 돈 준다고 하더라. 12월이면 엄동설한이다. 일도 안하고, 자재도 없고, 영수증도 없이 농협에서 돈을 준다는 전화를 3번 했다. 돈을 주지 말라고 했다”며 “나중에 신용보증료 내라고 해서 가서 왜 주지 말라고 했는데 돈을 줬냐고 따졌다. 신용보증료도 처음에 자기들이 냈다. 축협에서도 같은(구속된) 업자한테 했는데 거기(축협)는 기성고에 따라서 자재 영수증이나 사진을 다 첨부해서 줬다. 여기(구림농협)는 자재도 안 왔는데 돈을 주고 영수증도 다 가짜로 만들어 놨다. 돈도 자기들이 이름 써서 줘버렸다. 내 도장이나 사인 하나도 안 받았다. 7500만원 선급금은 합의 하에 나갔는데 1억1250만원은 동의 없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영수증(무통장입금증) 보면 아시겠지만 자기들이 이름 써서 줬다. 농협 좋은 일을 시켰는지, 업자 좋은 일을 시켰는지 나는 돈 냄새도 못 맡아보고 돈이 나갔다. 기가 막힐 일이다. 아들이 소 키우려고 귀농해서 3개월째 놀고 있다. 지금은 콘크리트 포장은 돼 있지만 당시(추가 지급한 때)에는 아무것도 안 해놓은 상태였다”며 “처음에는 대부(출)계 직원이 다 자기 책임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3월경에는 전무가 이자도 다 내주고, 다 지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래서 시설자금은 이렇게 해주는 건가보다 했더니 그 후에 전화 3통화 한 것을 들고 와서 말을 바꿨다. 농협은 그 통화에서 내가 동의를 해줬다고 한다. 내가 동의를 해줬으면 가서 사인해주고 도장 다 찍고 넣어주라고 했을 것이다”면서 “말이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합의를 보려고 하다가 준공이 4월말이기 때문에 농신보(농협신용보증)에서 나오면 우리가 엮일 수 있어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농협은 그걸 빌미 삼아 우리가 (합의를) 틀었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상담을 했는지 녹취록이 다 있다. 지역농협이라고 해서 이러면 안 된다. 이런 사례를 많이 알려서 다른 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얘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림농협 대출담당자는 “영수증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제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책임질 의향도 있다. 하지만 별개로 다른 동의 없이 했다거나 업자랑 짜고 돈을 지급했다고 말하는 부분은 인정을 못한다”고 말했다. 동의를 받았냐고 묻자, “동의는 서면 작성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아니고 대출 실행하는 날 통화를 3번 정도해서 8분 정도 통화했다. 통화에서 동의를 해줘 대출이 실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림농협 전무는 ‘농가가 다음 주까지 합의나 소송하지 않으면 농협에서 소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이 어떤 소송을 하느냐고 질문에 “농가에서 동의를 안했다고 하니까 공식적으로 채무를 부인한 것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 하겠다”며 서류도 없는 상태에서 기성금이 지급된 것은 농가가 공사대금을 부풀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무는 “실제 공사비는 평당 28만원이고, 계약서는 40만원이다. 28만원에 하려다 보니 자재대금이 오르면서 업자가 손실이 발생할 것 같으니 농가를 꼬드긴 것 같다. 공사대금을 부풀리다 보니 기존에 단가가 오르자 저한테도 대출을 좀 해서 업자한테 돈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왔다. 그래서 우리는 서류가 얘기를 하지 말만 듣고 하겠냐고 했다”며 “최종적으로 통화가 되가지고 ‘자재가격이 자꾸 오르고 있으니 기성고를 확인해서 빨리 줘라. 문제가 생기면 다 책임질 테니 기성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기성을 해준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는 절차상 하자가 분명 있긴 있다. 하지만 조합원 입장에서 편의를 봐주려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원래는 자부담이 있어야 하는데 공사비를 부풀리다보니 자부담도 없는 것이다. 정책자금을 그렇게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농가 큰 아들과 대부계 직원이 동창이다. 자꾸 친구 아버지가 오셔서 돈을 넣어달라고 하니까 실행이 된 것이지 우리 대부계가 독단적으로 한 건은 아니”라고 말했다.
농가와 구림농협의 주장이 다르고, 자부담 문제 등이 거론되며 처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군내 다른 조합 직원은 “기성고 지급은 현장을 실사하고 사진 첨부해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업무 방법서에 나와 있다”며 “서로 너무너무 잘 아는 사람이 ‘내가 지금 돈을 줘야 하는데 오후에 가서 써줄 테니 지금 해달라’고 사정사정해도 해줄까 말까다. 그런데 자필도 안 받고 해준 것은 너무 위험하다. 채무자가 요구해도 해주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