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신문/ 향토음식 보급사업 점검 필요

무주신문 2019년 8월 5일자

2019-08-07     이진경 기자

“무주에 먹을 음식이 없다”…성과위주 졸속 추진이 문제
 무주만의 특색 있는 대중화된 메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메뉴 먹을 수 있나요”
“지금은 안 해요. 행사 때만 잠깐 했어요”

군이 향토음식 보급 및 음식관광 상품화를 위해 수천만원을 투입했지만, 좀처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음식 개발은 무주군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다. 다슬기정식, 어죽, 산채비빔밥, 표고버섯국밥 등은 우리 지역 방문 시 꼭 먹어봐야 하는 대표 음식이다. 그러나 대중화에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 재료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데다, 주요 소비자인 젊은 층과 가족단위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무주를 찾고 있지만 지역을 대표할 만한 향토음식은 변변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 7000여만원 들인 ‘반디한첩’
지금은 어디로 갔나?

군은 지난 2016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브랜드를 선보였다. ‘반딧불이의 고장 무주에서 차려낸 정갈한 한 상’을 의미하는 ‘반디한첩’은 지역의 향토음식 재료를 이용한 메뉴 10선에 테이크아웃 메뉴 2선이 포함된 음식 브랜드. 이 사업을 통해 어죽정식, 민물매운탕, 다슬기정식, 산나물밥정식, 표고국밥, 표고버섯탕수육, 산나물장아찌보쌈, 산나무머루불고기 등을 비롯 머루단팥빵과 천마쿠키를 상품화하고 관내 10곳의 식당에 이 메뉴를 보급했다. <무주신문>이 지난달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군으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의하면, 해당 10곳의 식당은 한국외식업 중앙회 무주군지부에 컨설팅을 신청한 업소 중 ‘무주군 대표메뉴 1:1 경영컨설팅’ 선정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은 반디한첩 개발 후 ‘외식업 교육사업’ 명분으로 총 4천9백55만원을 투입하고 ‘대표메뉴 보급 및 외식업경영개선교육’에 2천1백45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8종류의 메뉴가 보급된 식당 10곳은 다행히 그대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테이크아웃메뉴가 보급된 식당 명단은 답변서에 나와 있지 않았다. 기자는 10곳의 식당에 전화를 걸어, 각 업소마다 보급된 반디한첩 메뉴를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현재 7개의 식당에서 보급메뉴가 그대로 판매되고 있으며, 2곳의 업소는 (메뉴)이름이 변경되어 판매중이다”는 군의 답변서와 달리 당장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비교적 쉽게 먹을 수 있는 국밥류를 취급하는 식당에서는 “오전 10시 전까지만 먹을 수 있다”거나 “오늘은 준비를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업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일부 보급 음식점조차 보급된 메뉴의 조리가 까다롭고, 대중적이지 않는데다 매출이 신통치 않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군 행정조차도 이들 업소 및 향토음식 보급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 향토음식 개발 보급사업 ‘실패’
대대적 수술 필요

이쯤 되면 군의 향토음식 개발 보급 사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전히 군은 ‘어죽’ ‘다슬기’ ‘산나물’로 대표되는 음식을 적극 홍보하고 있고,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명분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성적은 초라하다. 특히 관광객들에게 이들 메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아 ‘확장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군은 우석대학교와 연계해 ‘음식관광지역혁신방안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학생들이 직접 발굴한 음식메뉴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회에서는 기존의 어죽을 중심으로 호두팥죽을 상품화하자는, 별다른 차별성 없는 아이디어의 ‘무주스러운 죽’이 1등으로 꼽혔고, 이 과제를 발굴한 학생이 관내 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단장의 아들로 알려지면서 무성한 의혹만 낳았다.
군은 지난날의 부족함을 하루속히 만회해 나가야 한다. 조급한 성과위주의 졸속사업 추진 관행도 말끔히 걷어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필요하다면 군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향토음식 보급’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 지금이야말로 ‘무주’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 이진경 기자 / 무주신문 2019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