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꿔져야 지역이 바로 선다

2011-04-07     림양호 편집인

풀뿌리는 어떤 의미인가.

“풀뿌리의 의미도 다양한데 정당의 지역기반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고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풀뿌리의 의미는 함석헌 선생이 얘기했던 ‘씨알’의 뜻과 가깝다. ‘나무의 뿌리, 잎 같은 것이요, 몸의 발 같은 것’인 씨알은 역사를 만들어 온 민중이요, 현재의 부조리한 사회를 지탱해온 민중이다. 그래서 풀뿌리민주주의는 ‘함께 나서 함께 자라 함께 썩어 함께 부활하는 풀’ 이라는 함석헌 선생의 말을 따른다. 즉 권력을 가진 자들을 따르며 함께 썩어가는 자도 풀뿌리이고 썩어버린 정치를 갈아엎고 희망의 씨앗을 심는 자도 풀뿌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석헌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앓는 자에게 묻지 않고 약을 지을 수는 없다. 고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앓는 자 자신이다.’”(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풀뿌리민주주의는 무엇인가.

풀뿌리민주주의는 지역공동체에서 실현되는 직접민주주의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곤 한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나 참여민주주의와 구별하지 못하거나 작은 지역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긴다. 그러나 풀뿌리민주주의는 부패한 세상에 눈감아온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조금씩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주민들의 민주주의이다. 떳떳한 인간으로, 올바른 주민으로 살 아 가려는 노력들이 모일 때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다.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 거짓된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거부하는 결심이다. 한 방에 쓰러뜨리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해서 우리 주민들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우리의 삶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서 권력이 밀어내고 갈아엎으려 해도 잡초처럼 끈질기게 버텨내는 민초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 시대, 우리 지역의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한국사회는 센 놈만 살아남고 센 놈이 모든 걸 다 가지는 승자독식사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회구조를 탓하는 것은 힘없는 자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능력 없는 자신을 탓하라고 공격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런 잘못을 체계적으로 배워왔다. 교육을 위해서라면 폭력을 사용해도 좋고 학벌을 위해서라면 사랑과 우정도 헌신짝처럼 버려도 관대했다.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보다는 순종하는 바보를 양성해왔다. 권력은 있는 자의 전유물이었다. 힘 가진 그들은 ‘주권재민’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애써 감춰 왔다. 그 결과가 오늘날 입바른 소리를 하면 ‘빨갱이’라거나 ‘베짱이’라고 몰아세우는 풍조를 만든 것이다. 옳지 않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건사하려면 참아야 한다는 걸 눈에 보여주고 체득케 하며 억압해 왔다.

내가 바꿔야 지역이 나라가 바로 선다.

민주주의를 몰라서가 아니라 민주적으로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배반해왔다. 다들 이렇게 산다고, 어쩔 도리가 없다고 변명하며 ‘옳은 길’을 피해왔다. 때로는 부조리한 사회를 걱정하다가도 포기했다. ‘선거 때만 머슴’인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면 돌변한다. 고위공직자들의 주변은 비리의 온상이자 온갖 범죄들이 난무한다. 문제는 그런 모습을 보며 분노하기보다는 냉소에 그치는 우리에게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바로 세워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언제나 힘의 정점이 아니라 그 힘의 기본이다. 내 꿈을 바로 세우고 우리의 꿈과 힘을 모아내야 한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고 풀뿌리민주주의 없이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