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전통장류산업 이대로 좋은가?

2011-05-04     우기철 기자

국내 장류시장 8000억 규모생산시설 포화
발효미생물관리센터 등 성패가 장류운명 좌우

전통장류의 고장 순창이 불안하다. 이는 생산시설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행정당국의 주먹구구식 장류행정도 한몫하고 있다.

군내에는 2011년 기준 전통 장류제조업체 60개소, 공장장류제조업체 10개소 등 70여개 장류제조업체가 가동 중에 있다. 전통 장류업체는 순창읍 백산리 전통민속마을을 중심으로 둥지를 틀고 있다.

공장제조업체는 1997년 미원그룹이 대상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화영식품을 미원주식회사로 변경하고 본사를 순창으로 이전해 국내 장류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삼는다. 이에 더해 사조산업(주) 순창공장이 순창궁이란 브랜드로 지난해 군내에 정착해 고추장 등 장류제품을 개발하며 240억의 매출목표로 국내 공장장류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장류 시장규모는 8000억원 규모이다. 해찬들, 대상, 샘표식품, 진미식품, 신송식품, 몽고식품 등 상위 10여 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대한민국 제1호 장류산업특구 지정이후 2005년 300억에서 2009년 330억으로 전통장류 매출액은 매년 신장을 거듭해 왔다.

장류산업 로드맵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는 포화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중 군내업체의 매출액을 보면 대상(주) 1950억, 토박이와 깊은샘 등의 중소공장장류가 200억, 전통장류업체가 3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군은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순창장류 산업특구 면적을 당초 9만7312제곱미터(m², 2만9437평)를 21만3489m²(6만4580평)으로 확장 승인 받는다. 이어 510억을 투입해 해썹메주공장, 발효미생물관리센터, 전통발효식품(장류)전용공장, 전통절임류공장을 지으며 장류밸리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 해썹(HACCP)메주공장이 설립되는 주 배경은 전통장류제품에 식중독균인 바실러스 세레우스(1g당 1만마리 이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고 발효산업 집중 육성을 위해서다.

이런 목적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에 맞도록 메주를 다양화 하고 생산공정라인을 자동화 시켜 안전성이 확보된 메주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발효미생물관리센터는 서울대 미생물연구소, 한국종균협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와 전북대 RIC 등이 공동 참여해 세계 수준에 부족한 국내 발효미생물의 보존과 관리, 개량화에 이어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려 했다. 또 발효식품의 원천인 종국을 생산해 전국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소비자 입맛 맞춘 제품 생산해야

이에 더해 전통절임류공장은 짠맛 기피에 따른 절임류의 다양화를 꾀하고 국제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생산시설 구축으로 품질향상과 생산성을 도모하기 위해 건설한다.

또 전통발효식품(장류)전용공장은 고추장 된장에 대한 해썹 공동생산시설과 쌀을 이용한 물엿생산시설로 전통장류의 안정성 확보가 목적이다.

군은 장류밸리조성사업에 대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소규모 업체들의 중복적 개별투자보다는 다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 장류의 근간이 되는 메주 생산과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장아찌 전처리를 현대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소규모업체 뿐 아니라 농가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에 완공된 해썹메주공장은 순창장류주식회사라는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고 위탁 운영할 대기업을 물색했지만 뾰족한 운영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180억 공장이 2년간 공짜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순창장류(주)가 가동하고 있다.

130억이 투입된 발효미생물관리센터는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할 계획이지만 발효미생물관리센터를 이끌어 갈 센터장과 연구원 등의 인선은 6월경에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발효미생물관리센터 또한 건물은 완공되었으나 이를 운영할 조직은 밑그림조차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효미생물관리센터 인선 지연

더구나 200억이 투입돼 올해 말에 완공되는 전통 절임류, 전통 발효식품전용(장류) 공장도 뾰족한 운영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공장들과 발효미생물관리센터가 향후 어떻게 운영되어 지느냐에 따라 군내 전통 장류의 운명이 결정되어 진다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군은 순창장류산업방향을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현 가내수공업 형태의 다품목 소량생산 업체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품목 다량생산체제로 전환하고 생산된 제품은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병행해 청정원과 민속마을에서도 현대화된 생산설비를 갖춰 대외 경쟁력이 있는 업체들은 잠재시장 개척과 해외판로를 확보해 나가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콘텐츠를 복합시키는 것으로 먼저 장류에 미생물산업을 복합시켜 장류를 먹는게 아니라 유익한 미생물을 먹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의 모쿠모쿠 농장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 장류밸리를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와서 즐기고 먹고 제품을 구매하는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런 청사진은 전통장류와 연계돼 조성된 4개의 공장과 센터가 일정부분 궤도에 올랐을 때 가능한 일이다. 전통장류를 발전시켜보겠다고 만들어진 특구 내 공장들은 결국 특구의 모양새도 망치고 전통장류의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위탁운영자 공모를 홍보해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창장류(주)에서 직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판로 확보 무엇보다 시급

지난 1993년 전통민속마을을 만들게 된 동기는 전통고추장 원료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농민이 먼저라는 인식이다. 지역 농산물의 확대 생산과 소비는 지역 농가 및 농업의 새로운 발전방향의 하나다. 지리적 표시 등 전통장류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전통고추장 원료농산물의 계약재배 산업 등의 육성방안이 필요하다.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 온 장류원료농산물 계약재배는 주로 민속마을 전통장류제조업체와 농가 간 이뤄져 왔다. 최근 민속마을 일부 참여업체의 장류원료 대금 납부지연으로 미 회수금이 증가하면서 계약재배사업 추진에 애로가 있어 농협에서 계약재배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농가에서 계약재배로 생산한 물량은 전통고추장민속마을 외에도 대상, 토박이순창식품, 사조산업, 발효미생물종합활용센터와 연계해 소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콩 값이 이례적으로 치솟으면서 계약재배물량의 17퍼센트(%) 정도인 42톤만 수매됐다. 계약재배 자체가 유명무실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 콩 생산농가, 전통장류제조업체, 군내 5개 농협 간부와 군 관계자들로 구성된 콩 계약수매 가격결정위원회는 지난해 킬로그램(kg) 당 3500원이었던 콩 수매가격을 올해는 4000원으로 결정하고 계약수매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콩을 심기만 해도 헥타르(ha)당 50만원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말이 나돌면서 계약수매 신청농가가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군이 야심차게 설립했던 해썹(HACCP) 메주공장이 운영자를 찾지 못해 표류하면서 당초 군이 예상한 콩 소비가 어렵다는 지적과 우려도 나왔다. 고추는 전통민속마을을 중심으로 계약재배를 추진하고 기업과 연계하면 농업인이 희망하는 장류원료 전량 계약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류원료 농산물 생산농가에 안정된 소득을 올릴 수 있으려면 군, 농협, 농가, 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난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