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배우는 정의 함께 생각한다

2011-06-08     림양호 편집인

우리는 매일 매일 사람들 사이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번민합니다.

지난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마이클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아직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도덕이나 정의에 관련된 서적이 유명세를 떨치는 모습이 썩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정의를 앞장세우고 서로를 배려하려는 모습은 분명 환영 받을 일입니다. 문제는 그 숨겨진, 감춰진 이면에 있습니다. 그 곳을 들춰보면 사회 곳곳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많은 사람들이 도덕 불감증에 젖어 있으면서도 그것이 자신(이기)의 양심이자 정의라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 강의했다는 <정의란 무엇인가>는 어렵게만 느껴지고 기회도 만들지 못해 읽지 못했습니다. 다만 최근 <어린이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도서를 접하고 좀 더 쉽겠다는 기대로 읽어보았습니다. 아이의 정의와 어른의 정의가 그 근본에는 다름이 없겠으나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일까요? 제 딸아이가 보는 사전에서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헌데 어떤 것이 바르고 어느 것이 그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세상 경험에 의해 알고 있습니다.

<어린…정의란>에는 초등학교 5학년 다섯 학생들의 8가지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①늘 나눠주라고-균형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②친구 한 명의 값-시작부터 정의로워야 한다. ③덕만아 내일 하루만-진짜 가치를 찾아라. ④스승의 날 탁 샘은-용기와 지혜가 중요하다. ⑤엄마가 없다고-다수결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⑥눈과 눈이 마주볼 때-감시보다는 자율이 중요하다. ⑦내 자전거니까-‘소유’보다는 ‘향유’를 즐겨라. ⑧태풍이 지난 후-질적으로 균형 잡힌 몫의 분배를 생각하라.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늘 나누는 것이 능사일까. 친구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친구를 학원에 소개하고 상품권을 타는 아이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는 불쾌해집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직하고 솔직해야 합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친구 때문에 학급 성적이 최하위라서 그 친구가 결석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는 진짜 가치가 아닙니다. 인기 없는 임시교사 탁 샘에게는 아무도 스승의 날 꽃을 달아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용기와 지혜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부자(父子)보호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다수가 반대하지만 서영 엄마와 예나 엄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때로는 다수결보다 더 정의로운 결정이 있습니다. 쓰레기 투기 감시 CCTV, 학교의 상벌제도인 ‘파리와 꿀 스티커’ 붙이기. 감시하는 것은 인격 침해라는 태원이. 때리지도 야단치지도 않아 좋다는 광수. 결국의 감시보다는 자율을 택합니다. 태원이의 헌 자전거를 말없이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강성이. 이를 알고 언짢아하는 태원이. ‘소유’보다는 ‘향유’하라.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원리겠지만 그들은 느낍니다. 태풍이 지나간 마을. 이 기회를 이용해 비싼 값에 유리 수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엄마. 남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은 옳지 않다는 아빠. 균형 잡힌 분배는 요즘 우리의 고민이자 요구입니다.

정의란 잘 다듬어 놓은 칼날 같아서 누가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사뭇 달라집니다.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도, 바른 도리를 실천하는 정의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시장의 경쟁 원리에서는 숫자로 표시되는 ‘교환가치’가 우선이겠지만 이것만이 진짜 가치는 아닙니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는 ‘사용가치’가 훨씬 우월하고 진짜 가치일 수 있습니다.

소개한 8가지의 이야기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반성해야 될 문제들입니다. 정의란 단순히 계산적으로 나누기에 의한 몫의 분배가 아니라 질적으로 균형 잡힌 분배라는 것을 야무지게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정의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인가을 되돌아보며 정의를 가장하는 어떤 세력에도 굴하지 않기 위해 새벽 여명에서 칠흑 같은 어둠까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