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축제 첫 체험, 내년을 기대한다

2019-10-24     김상진 기자

고추장 같이 붉은 열정으로 가득 찬 장류축제가 막을 내렸다. 민속마을을 지날 때면 이곳에서 어떻게 축제가 열릴까하는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순창에 와 처음 맞은 축제는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생각보다 큰 행사 규모에 놀라고 다양하고 다채로운 행사들로 즐거움을 더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가요 톱10쇼,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송가인 공연, 20ㆍ30대에게 친숙한 휘성까지 여러 연령대를 배려한 초대 가수들의 면면을 보며 군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작은 농촌이지만 고추‘장’이라는 순창 고유의 유명 콘텐츠를 이용해 거대한 행사를 치르는 것은 지방이 살아남을 좋은 수단으로 보인다.
다양한 체험이 준비되어 3일간 축제장 방문이 지루하지 않았다. 축제장에 갈 때는 일(취재)을 하러 갔지만, 축제에 흠뻑 빠져 즐거워하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보는 재미에 한참을 눌러 앉아 있었다. 행사장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은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대부분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질은 낮고 가격은 비싸서 지갑을 열지 않았는데, 장류축제장에서는 푸드트럭을 제외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질의 상품을 판매해서 냉장고를 가득하게 채울 만큼 구매했다.
젊은 학생들의 봉사활동으로 더욱 편안한 축제가 되었다. 특히 페이스북에 올라온 여학생이 인상 깊었다. 주차장에서 주차 안내하는 학생이었는데 즐거운 춤사위와 미소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타지에서 장류축제장을 방문한 관광객이 수많은 차량 때문에 답답하고 짜증을 느꼈더라도 해맑게 웃으며 친절하게 맞아주는 주차요원을 보면,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거 같았다.
모든 일이 완벽할 수 없듯 대규모 행사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고추장 만들기에 참가하려고 일찍 맨 앞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린 모녀는 40분가량을 서 있었다고 한다. 입장 5분 전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 옆으로 올라오더니 행사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당당히 펜스에 서서 곧바로 입장했다. 이를 지켜 본 미리 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사전에 주최측과 약속돼 있었더라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40분을 기다린 분들은 서운했을 것 같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면 수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주민과 국내 관광객들이 서운하지 않도록 미리 공지하고, 양해를 구하는 배려가 필요해 보였다.
저녁에 축제장을 찾은 주민들은 도로가 어둡고 주차장도 깜깜해 불편했다고 한다. 짧은 축제 기간을 위해 가로등을 설치할 수 없었다면, 읍내 시가지에 설치한 ‘장류축제’ 등불을 축제장 가는 도로가에 설치했다면 주민들의 안전과 더불어 미적 효과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첫날 소스토굴을 방문했다. ‘무료개방’일 뿐 평소와 다름없었다. 넓고 좋은 실내공간을 만찬장으로만 사용하는 계획이 아쉬웠다.
고추장 장인들과 후계자들이 직접 고추장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관람객들이 함께 만드는 시간을 배치하면 ‘임금님 진상품 순창전통찹쌀고추장’의 위상도 높아지고, 외지인들에게 확실하게 순창전통고추장의 의미와 품격을 각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속마을 전통고추장 ‘장인’들이 ‘상인’으로 느껴져 아쉬웠다.
장류축제 첫 체험은 즐겁고 뜻깊었다. 내년에는 어떻게 발전될까? 기대된다. 즐거운 행사, 알찬 축제 개최를 위해 고생한 공무원, 자원봉사자님들께 감사 인사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