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편들었더니 ‘왕따’

2019-10-31     림양호 편집인

조국 가족 검찰 수사에는 세간의 이목이 쏠리지만, 지역에서 주민의 삶을 옥죄는 일이 쉼 없이 일어나도 주목받지 못한다. 사람 수가 적어 무시당하고, 언론의 구미를 당기지 못해 널리 퍼지지 못한다. 힘 있는 관료와 정치인은 주민 편이 아니다. 힘없는 주민 편을 들면 ‘배반자’로 매도하고 공격해서 주민 편들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요즘 구린내 때문에 코를 막고 걸어야 하고, 가을 소슬바람 그리워도 창문 한번 속 시원하게 열지 못하는 주민과 순창중, 제일고, 순창고 학생들까지의 민원을 해결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밉보인 한 의원의 외로운 행보를 보니 참, 안타깝다.
그는 오죽 힘들고 어처구니없어 측근(?)과 ‘다음 선거 포기하더라도 진실 밝히자’고 했을까? 그런데 측근이래서 요즘 읍내에서 수군대는 ‘측근’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요즘 시중에는 ‘측근들이 매사를 결정한다’는 비방과 한숨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의 다음 선거도 ‘측근’이 결정하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의원의 측근은 의원의 배우자였단다. 시중에서 수군거리는 ‘측근’은 이제 선거 치를 일 없는 권력자 곁에서 이런저런 일, 이런저런 이권, 이런저런 인사까지 간섭하며 눈 가리고 귀 막는 작패인데 오해했다. 주민들은 이권을 서로 차지하려고 ‘개’싸움 벌이는 측근이나 측근 아닌 토호까지 모두 밉상이라 더, 안타깝다.
지역은 규모가 작아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눈에 띈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소문도 금세 퍼진다. 주민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그 누구와 누군가가 어떤 사이인가 하는 것도 뻔히 안다. 그러나 그런 일을 벌인 사람이 공적인 책임을 지거나 처벌을 받는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주민들은 무던해졌다. 더구나 그런 변칙에 손뼉 쳐달라던 사람들이 의원이 되고, 관청 주변 단체장과 기관장 자리를 도맡는 것을 보며 지방자치가 토호와 관청의 어긋난 관행을 제도로 뒷받침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어 또, 안타깝다.
시골살이는 관공서에 드나들 일이 많다. 읍ㆍ면사무소와 군청, 농업기술센터, 농산물품질관리원, 보건소, 의료원까지. 읍ㆍ면사무소 직원은 온 마을 주민들 얼굴을 안다. 주민들도 올해 관청에서 하는 일에 신경을 기울인다. 그래서 주민들은 지역 유지가 자기 이익을 위해 노골적으로 사람과 사업을 꽂아 넣어도 으레 그래왔다며 눈 감고,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치부한다. 늘 해온 관습(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눈에 보이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경험 때문이다. 관공서를 많이 들락거리는 주민일수록 포기가 빨라 자꾸, 안타깝다.
읍내에 가득한 구린내에 모처럼 분개하며, 서명 3000명가량을 받아 군청에 청원서를 제출한 이장들이 ‘관청 눈치 보인다’며 뒷걸음쳤다. 지난달 비 오는 날에 보인 도의원과 읍내 군의원과 각종 사회단체의 결기는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여기에 주민보다 행정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의회 입장이 더해지니 가관이다. 의원들이 주민들 민원 해결에 앞장서면 안 되는가? 행정은 챙겨 도와야 하고 주민은 멀리 내버려 둬야 하는가. 잘하면 손뼉을 쳐주고 잘못하면 회초리 치겠다고 자진해서 뽑힌 의원들이 왜 주민 돕는 동료 따돌리고 의혹 가득한 관리들을 두둔하는가. “내가 책임진다” 무엇을? 무지, 안타깝다.
의회가 행정(지방정부)과의 협력과 견제에서 힘의 균형을 잃고 행정의 눈치나 살피면 끝장이다. 더구나 야합하거나 나눠 먹기에 맛 들이면 끝장이다. 의회는 행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 대안 제시 등 본연의 역할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주민 윗자리는 의원 자리가 아니다. 행정은 진즉 주민 윗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지금까지 주민들 스스로 권리를 챙기지 못했다고 의원과 행정이 주민 윗자리를 계속 차지하려는 오만과 착각을 즉시 버려야 한다. 의회가 바뀌면 지역이 바뀐다. 의회는 행정의 갑질을 멈추게 하고 주민 곁에서 주민의 땀을 닦아주고 눈물이 비치지 않도록 더욱 근면해야 한다.
행정관료의 무능과 비리, 측근과 토호의 이전투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의원, 군수의 몫이 된다. 인계노동 퇴비공장 악취 문제를 다시 쓰는 이유는 지역에 아직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주민들은 하루하루 매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