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소장사 우리 엄마

김석종 (38) 대전 거주

2010-07-27     김석종 향우

우리 엄마는 채소장사를 한다. 집 앞 텃밭과 동네 어귀의 갈치 토막 같은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인 자갈밭에 철따라 채소를 심고 가꿔서 시장에 나가 판다.

쪽파도 심고 대파도 심는다.

한 고랑에는 하지감자를 또 한 고랑에는 밤고구마를.

상추, 쑥갓 요즘에는 외국 채소(?)도 심는다,

우리 엄마는 읍내 장날이면 어김없이 붉은 플라스틱 함박에 당신이 심어 거둔 채소를 담고, 아버지를 재촉하여 털털거리는 봉고 트럭을 얻어 타고 장사를 나가신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고, 손주 녀석을 본 지금까지도 그 일에 열심이다.

엄마의 채소장사로 생긴 돈은 내 월사금이었고, 지금은 엄마의 가용 돈이 되었다.

우리 엄마의 곱던 손은 자갈 밭, 채소 농사로 거칠어 졌고

우리 엄마의 검은 머리는 텃밭에 남은 채소 줄기처럼 처지고 탈색됐다.

울 엄마의 외양은 거칠고 바랬지만 엄마의 속내는 알차고 따뜻하다.

그 흔한 화전 한번,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울 엄마의 자랑은 “남 신세 안지고 내 손으로 자식 키운” 자부심이다.

나는 오늘도 피곤한 일상을 이겨낸다.

우리 엄마의 채소장사가 오늘, 내 아들과 내 처가 오순도순 둘러앉아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가 봄방학 주면 시골에 간됐어요”라고 전화할 수 있는 토대였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용돈 한번 여유 있게 드리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는 오늘도 채소장사를 위해 채마밭에 온 정성을 다할 것이다.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당신의 피곤함을 애써 참는 채소장사 우리 엄마는 나의 자랑이자 내 희망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