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쪽지(75)/ 해마다 이쯤이면 …

구림작은도서관 이야기 글ㆍ사진 : 노신민 구림작은도서관 운영자

2019-11-29     노신민 운영자 

 

해마다 이쯤이면 곳곳에서 들려오는 똑같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새해의 다짐을 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달력의 마지막 장입니다. 수업마다 종강을 앞두고 마무리준비에 바쁩니다.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오늘 순창읍으로 ‘겨울왕국2’를 보러나간 몇몇 아이들이 ‘매진’되었다며 그냥 돌아왔습니다. 예약하지 않은 자신들을 웃으며 반성하더군요. 마냥 아이로 생각했는데 동생까지 데리고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니 제 마음이 이상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나이 이야기도 나왔지요. 만 나이와 그냥 나이에 대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생각도 말도 잘하는 너희들이 왜 영화 ‘기생충’을 그냥 따라가서 보고 왔었니? 그것도 동생들까지 데리고.”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선생님이 보러 가자고 해서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어요.” “기생충인데 벌레가 안 나왔어요.” “무서워서 눈 감고 있었어요.” … “그랬구나. 다음에는 ‘그냥’ 따라가는 것은 하지 말자.”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고 있는데, 어른들은 자신들의 유익만을 계산하며 말 안 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맡기고 있는 ‘을’의 약함 때문에, 저는 제 아이가 그곳에 속해 있지 않아서, 지역 안에서는 말하면 싸움이 된다는 이상한 논리 때문에 그냥 그냥 넘어갑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생겼습니다. 아가씨 때는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던 일도 내 아이를 위해서는 용감한 척합니다. 먹기 싫은 반찬도 아이의 편식을 막기 위해 함께 먹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회복되어야겠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용감해지고, 조금 더 같이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떳떳한 어른의 모습으로 살기를 꿈꿉니다.
글ㆍ사진 : 노신민 구림작은도서관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