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 금평마을 어르신들, “운동도, 점심도 함께하니 좋제”

점심 함께 먹고 호정소 돌며 건강 챙겨 하얀 쌀밥에 청국장, 상추에 불고기까지 안 보이면 불안해 큰일 날까 안부 챙겨

2019-12-18     열린순창

풍수지리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배산임수(背山臨水)한 마을.
구림 금평마을은 뛰어난 자연환경만큼 주민들도 활기찬 모습과 얼굴에 미소로 가득하다.
마을회관 부엌에는 신옥금 노인회장과 정언연 총무가 돼지 불고기와 청국장 등을 조리하며 맛있는 점심을 준비한다. 기자가 “고기 참 맛있어 보인다”라고 말하자 정 총무는 기자 입에 가득 불고기를 넣어준다. 너무 두꺼워 퍽퍽할 것 같던 고기가 부드럽게 씹히며 목을 넘긴다. “고기가 어쩜 이렇게 야들야들해요?” 신 노인회장이 “다 맛있게 하는 방법이 있지”라며 호쾌한 웃음으로 답했다.

요리가 거의 끝나자 주민 서너 명이 함께 반찬을 담는다. “김치 다시 줘봐.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예쁘게 담아야지.”
하얀 쌀밥, 청국장, 열무김치, 멸치볶음 그리고 불고기와 상추까지 유명한 한정식 차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한 상이 차려졌다.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마을회관 앞에 앉아있던 고양이는 재롱을 부리며 주민들을 반긴다.
나름 넓어 보이던 회관은 어느새 점심을 먹기 위한 주민들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방 3개에서 상 5개를 놓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여기저기서 맛있다며 수북이 쌓인 밥을 금세 비우곤 다시 밥과 반찬을 가져간다. 텔레비전 소리만 들리던 마을회관은 시끌벅적하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주민에게는 장난스러운 핀잔을 준다. 웃음 속 대화를 이어가던 한 주민은 “나라에서 마을회관에서 함께 밥 먹으라고 쌀은 줘서 함께 밥해 먹어 즐거운데, 반찬까지 준비하려면 돈이 부족해, 주민들이 조금씩 가져와서 같이 먹어”라고 설명했다.
식사하는 모습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사진 그만 찍고 밥 먼저 먹으라며 챙긴다. 매일 함께 식사하던 주민이 보이지 않자 주민 몇 명이 그 주민을 찾아 나선다. 혼자 사는 주민이 많아서 보이지 않으면 큰일이 생겼을까 챙긴다고.
식사를 마친 다섯 상이나 되는 설거지를 주민들은 10분도 안 된 순간에 말끔히 치운다.
가끔 와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옆 마을에 사는 주민은 “이렇게 좋은 어르신들도 없습니다. 회관에 많은 사람이 오면 항상 신발 정리를 해주십니다. 오물이 잔뜩 묻은 신발은 내 신발도 만지기 싫은데 어르신들은 남의 신발까지  항상 가지런히 정리해 주십니다”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 혼자 살면 밥 차려 먹기 귀찮거든. 혼자 비싼 음식 먹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먹는 게 더 맛있어”라고 말했다.
금평마을은 건강한 마을이다. 점심을 마치면 한 시간가량 소요되는 호정소 둘레길을 함께 산책한다. 아름다운 산 무직산과 강가를 따라 걷는 호정소 둘레길은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주민들은 “요 며칠 사이 누군가 제설용 모래주머니를 버리고 가 경관을 해친다”고 불평했다. 한 주민은 “임실, 순창 제설용 모래를 담은 비닐을 막 버리고 가. 너무 지저분해서 우리가 주워서 한 곳에 모아놓는데 쓰레기 치우는 차가 이곳에 쓰레기가 있는지 잘 모르나 봐. 바람에 날리면 또 주워서 정리해도 치우지 않아. 군에서 신경을 좀 더 써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불쑥 찾아간 기자를 흔쾌히 맞고, 따뜻한 밥까지 차려준 할머니ㆍ할아버지들의 점심시간을 지켜보며, 사람 사는 인정과 어른들의 인자함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