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추억, 5일 장날에

2020-01-15     양해수 독자

시골 5일장
아버지 한 손에는
신문지에 싼 돼지고기 몇 근
또 다른 손에 짚세기에 줄줄이
엮어져 있는 굴비두름 쥐고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
사립문 앞에서 취기 어린 얼굴로
웃고 서 있다

장에 간 아버지 풀개떡 팥빵
사오실세라 한나절 잔뜩 기다리는
자신 눈들이 실망한 빛이다
굴비두름 받아든 어머니의 눈에
다 비쳐온다

해질 저녁 무렵 부스스 눈 뜬
개선장군 기침소리에 모여든
저녁 밥상
끓여진 돼지고기 국
구어진 조기 몇 마리
아버지 어머니 숟가락 젓가락
풀꽃 헤적거리고
자식들 숟가락 젓가락은
마치 밥상 교향악이다

이윽고 포만에 찬 자식들을
바라보는 눈은 마냥 행복하다
먹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다는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저 조구 대가리가 왜 이토록 서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