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웃음꽃 피는 ‘순창읍 주공아파트 경로당’

얘깃거리 끊이지 않는 건강하고 행복한 경로당 김정숙(70)ㆍ윤미래(85) 할머니 자원 점심 담당

2020-01-15     김상진 기자
건강에
윤미래(85)

 

날이 추워지며 눈이 내리는 날, 순창 경천 주공아파트에 사는 어르신들은 경로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많아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집이자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티브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드라마ㆍ영화ㆍ정치까지 이야기가 끊어지질 않는다. 이날 화제는 ‘스마트 휴대폰’이다. 휴대전화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내보이며) “(자식들이) 이게 훨씬 좋다고 해서 바꿨는데 너무 어려워”라고 말한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어르신들은 한명, 두 명 모여든다. 점심 담당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주공아파트 경로당은 김정숙(70)ㆍ윤미래(85) 씨를 중심으로 준비한다. 부엌에서 양배추를 데치고 하얀 두부를 듬뿍 썰어 넣은 김치찌개를 끓이고, 하얀 쌀밥을 안친다.
윤미래 씨는 깨끗한 회관을 유지하는 일등공신이란다. 점심을 위해 반찬을 꺼내는 와중에도 김치냉장고에 얼어붙은 얼음을 깨는 등 냉장고 내부를 청소한다. 청소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경로당에서 식사하는 어르신들의 위생과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상, 큰 상에 밥상이 차려졌다. 어떤 것을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만큼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고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일품이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도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밥상에 둘러앉아 바쁘게 젓가락질을 했다.
어르신들은 빈 그릇을 치우고 일사불란하게 밥상을 정리했다. 다 함께 정리를 끝내고 윤미래 씨는 남은 찬밥을 프라이팬에 눌러 펴서 누룽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윤미래 씨는 “밥이 남아서 치아 건강한 노인들 심심풀이라도 하라고 만들어”라고 말했다.
몇몇 어르신들은 배 부르니 잠이 쏟아지는지 베개를 베고 뜨끈한 방바닥에 몸을 지지며 잠을 청한다. 식사하느라 이야기를 다 못한 어르신들은 방 한편에 모여 앉아 얘깃거리가 넘쳐나는 듯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한다.
박귀순(84) 씨는 “하루에 2시간 정도 경천 산책로를 걸어 다녀.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픈 곳도 없고, 집에 오면 성당에서 받은 숙제를 하고, 조금만 지루해도 회관에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니 심심할 틈이 없어서 좋아”라고 말했다. “맞아. 몸이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돼. 많이 돌아다니는 노인들이 더 건강하다니까. 그리고 혼자 집에 있는 거보다 나와서 함께 해야 우울증도 안 생겨”라며 맞장구를 친다.
한 어르신은 “최근에 수술하면서 몸이 많이 나빠졌어. 몸이 아프니까 회관에도 자주 못 나와 건강한 게 최고여, 기자 양반은 몸 관리 잘해.”
이야기 소리가 멈추지 않는 경천 주공아파트 어르신들은, 오늘도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건강한 하루를 보낸다.
추운 겨울, 불쑥 찾아가 취재하는 ‘기자’를 흔쾌히 응접하며, 이야깃주머니를 풀어주고 따뜻한 밥과 마음을 나눠 준 어르신들의 인정과 인자함에 감사드린다.

▲동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