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변종의 늑대 - 김영록 저

국가대표 ‘스타트업 생태학자’ 김영록 대표가 말하는 한국에서 자본 없이 시장에서 이기는 ‘야생’ 성공법칙

2020-01-22     림재호 편집위원

바야흐로 공장도, 유통도, 자본도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더는 고정된 계획도, 통용된 규칙도 먹히지 않는다. 이것은 곧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결정적 장면이다. 이 파괴적인 틈새를 뚫고 들어온 이들이 바로 ‘변종의 늑대’다.
변종의 늑대라 불리는 젊은 스타트업들은 과거 70~80년대 창업 세대나 2000년대 초 벤처 세대와는 또 다르다. 기술과 감성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의 비즈니스 생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자본이 없다는 것을 ‘야생성’으로 돌파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해나간다. 최초 전화번호부 배달 앱으로 시작했던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4조8000억 원의 큰 금액으로 매각된 일이나, 금융결제 앱 ‘토스’가 최근 8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창업 4년 만에 2조7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일들은 젊은 스타트업의 파괴력이 어느 수준인지 실감케 한다.
하지만 이러한 큰 가능성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창업을 죽음의 늪이라고 의심한다. 스타트업 열풍도 자영업의 몰락과 함께할 것이라 치부한다. 자본도, 공장도, 사람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포기한다. 그러나 ‘토스’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안정적 미래가 보장됐던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낙관적인 변화를 읽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몇 번의 실패를 겪었으나 2012년 청년창업사관학교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오늘날 성공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처럼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유례가 없을 만큼 창업자들에게 기회의 땅을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대기업과 벤처 캐피털이 쓸 만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자 밤낮없이 찾아 헤맨다. 정부의 지원금도 ‘눈먼 돈’이라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찾아보면 새로운 인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확실한 ‘팩트’다.
10여 년간 460여 명의 젊은 스타트업을 양성해온 넥스트챌린지 김영록 대표는 이 책에서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강조하며, 이를 모르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청년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창업은 청년들이 돈을 버는 방법 중 가장 비용이 저렴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유사 이래 창업에 가장 우호적인 시기다. 자금을 마련해 창업에 뛰어들었던 것은 옛날 방식이다.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명함 파는 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실제로는 돈이 없어서 스타트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성이 부족해서, 용기가 부족해서 기회의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앞으로 실현될 기술들은 이미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으며, 변종의 늑대들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방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이 판도라의 상자 속을 구경한 사람과 구경하지 않은 사람의 생존 여부는 분명하게 갈린다. 이 책은 뼛속까지 야생에 길든 변종의 늑대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자신만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안목을 기르는 일부터, 자본 없이도 자신만을 비즈니스를 창조하고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는 방식, 비주류에 머물렀던 아이디어가 어떻게 주류가 되고 세상을 지배하는지, 비즈니스 최전선에 있는 변종의 늑대들의 역동성이 이 책 《변종의 늑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