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칭찬 자자한 ‘이승기ㆍ이보현’ 부부

지적장애 앓지만 마음은 ‘건강’ 동네곳곳 치우며 법 없이 살아

2020-03-11     김상진 기자
▲이른

쌍치면 만수마을 이시영(62) 씨가 소셜네트워크(SNS)에 이웃 이승기(48) 씨에 관한 글을 게시했다. 
이시영 씨는 게시글에 “아름답고 고귀한 선행사례를 소개한다”며 “저수지에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다. 나도 지저분하다고 생각만 했지 먼저 나서서 줍지는 못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 젊은 청년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쓰레기를 줍고 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별도로 있는가?”라고 작성했다.
이시영 씨는 “추운 날 승기 씨가 쓰레기 줍는 걸 보고 집에 들어가게 하고 이장님께 건의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모여서 저수지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승기 씨는 간단한 대화만 가능했다.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기자는 알아듣지 못 하는 말을 알아듣고 설명해줬다. 왜 쓰레기를 주웠냐고 묻자 “그냥 쓰레기가 있고, 더러워서 주웠다”라고 답했다. 
이승기 씨는 삯을 받고 농사일을 도우며 마을 곳곳 더러운 곳이 있으면 정리한다. “밥 먹을 때, 잠잘 때 빼고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부지런하게 하루를 보낸다.
주민들은 이승기 씨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규상(76) 씨는 “(승기는)표현을 잘못해서 그렇지 참 착하다. 누가 무거운 걸 들고 오는 것을 보면 곧바로 달려가서 도와준다. 옛날에 순창샘물에서 일할 때는 순창에 좋은 소식을 듣고 마을에 전해 줬다. 만수리 기자라고 불렀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승기 씨 부인 이보현(36) 씨를 ‘날개 없는 천사’라고 부른다. 한 주민은 “승기 씨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참 잘 모셨다”라며 “정말 열심히 산다. 오전에는 아이들 학교 보내고 농번기에는 삯을 받고 농사일을 돕는다. 오후에는 시산초등학교 급식소에서 일한다. 저녁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정말 이 부부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보현 씨는 “남편이 마을에서 칭찬을 들으니 좋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놀아주고 저에게도 참 잘해준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지만, 건강한 마음을 가진 이승기 씨와 이보현 씨는 오늘도 만수마을에서 행복하게 열심히 산다.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