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97)/ ‘과반수 이상’ 틀린다는 ‘과반수’의 함정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2020-04-16     이혜선 편집위원

과반수 : 절반을 넘는 수
과반수 이상(절반 이상+이상)(X) → 과반수(o)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과반수를 훌쩍 넘는 국민이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에서 6명이 추가돼 이달 들어 최근 2주간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 704명 중 377명이 해외 유입 사례로 조사돼 과반수를 넘겼다.”
“국민 과반수 이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 시점을 추가로 연기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 민주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유명 일간지를 포함한 여러 언론매체에 실린 기사들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각종 조사와 설문, 여론조사를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과반수’는 여론조사 등에 ‘약방의 감초’처럼 항상 따라다닐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과반수 이상’, ‘과반수를 넘다’ 등 잘못된 표현들도 마찬가지다. ‘과반수(過半數)’는 절반이 넘는 수를 말한다. 단어 안에 이미 ‘반을 넘다’는 의미가 들어 있으므로 ‘과반수를 훌쩍 넘는 국민’은 ‘절반을 훌쩍 넘는 국민’으로 ‘과반수를 넘겼다’는 ‘과반수를 차지했다’로 표현해야 한다. 
과(過)가 ‘초과하다’는 뜻이므로 ‘넘다’를 넣을 필요가 없다. ‘넘다’를 넣으려면 ‘절반 넘게 차지했다’고 하면 된다. 
‘과반수 이상’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국민 과반수 이상은’이나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등과 같이 사용하는 건 어색하다. ‘이상’은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 기준보다 더 많을 때 쓰는 말이다. 이미 과반수 안에 이상이란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과(過)’든 ‘이상’이든 하나만 사용해야 한다. 각각 ‘국민 과반수는’ 그리고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접사 ‘-여(餘)’도 ‘넘다’, ‘이상’과 함께 쓰면 부자연스럽다. ‘-여’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그 수를 ‘넘음’을 뜻한다. “벌써 20여 명 넘게 다녀갔다”, “돈이 100여 달러 이상 남았다”고 하면 의미가 중복된다. “벌써 20여 명이 다녀갔다”, “돈이 100여 달러 남았다”고 하는 게 적절하다. ‘-여’를 빼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