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한 ‘진짜’ 이유

2020-06-03     림양호 편집인

코로나19 확산 경계로 온 세상이 엄중하다. 온 국민의 노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바뀌더니 ‘이태원클럽, 쿠팡물류센터 사태’로 다시 긴장되고 불안하다. 질병관리본부는 “경각심이 낮아진 순간, 코로나19는 밀폐, 밀접, 밀집된 시설에서 어김없이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3밀' 공간에서는 언제든, 어떤 모임이든 감염위험이 있다는 인식을 가져”라고 강조하며 당부한다.
코로나19는 스마트폰과 개인컴퓨터(PC) 이용 시간을 크게 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온라인개학으로 인한 재택과 여가시간 확대가 스마트폰ㆍ개인컴퓨터 이용 증가를 가져왔다고 한다. ‘비디오 증후군’이 더 심각해지는 결과라 개운치 않다. ‘비디오 증후군’은 오랜 시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며 성장하여 타인과의 대화가 부족해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일컫는다. 온종일 화면을 들여다 보지만 전자기기는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코로나19 이전부터 곳곳에서 심각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도 어른도 대화하지 않다 보니 말하는 방법까지 잊은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비대면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겹쳤다.
대화는 ‘두 사람 이상이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이야기 자체’다. 그래서 혼잣말은 대화라고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대화가 필요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에게 대화란 자신의 생존과 욕구 충족을 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안정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확인한다. 대화는 세상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개별적 존재인 인간은 대화를 통해 사회적 존재로 태어난다. 대화에는 몇 가지 속성이 있다. 하면 할수록 대화기술이 는다. 대화를 통해 서로 즐거워하는 주제를 알 수 있다. 대화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이고 갈등의 양상도 바뀐다. 시작이 서툴고 어색해도, 지속하면 신뢰의 밑거름이 된다. 자신이 필요해 시작하지만 진정한 대화는 자신뿐 아니라 상대를 위한 것이며 결국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마주 보며 주고받는 이야기. 이처럼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요즘 상황을 보며 참 어려운 일임을 깨닫는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개인과 조직, 권력과 시민의 관계에서도 대화는 쉽지 않다. 대화는 말하고 듣는 일에서 한 단계 나아가 주고받는 일이다. 서로 존중하고 생각을 열어놓지 않으면 헛돌고 허무하다. 대화해야 시작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신뢰가 높을 때 알차고 즐겁고 유익해진다.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면 대립과 갈등의 상황을 자주 접한다. 특히 권력과 시민, 권력과 권력의 갈등을 수시로 보고 느낀다. 
최근 행정과 의회의 갈등을 보며 ‘대화보다 경고’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착잡하다. 안타까운 점은 일방적인 통보는 소통의 가능성을 막고, 관계를 단절시킨다는 경험이다. 기관 관계도 인간관계에서의 경험은 적용될 터, 대화보다 시정을 요구하는 단호한 촉구에 대응하지 않는 의회를 보며 착잡한 마음이 더 깊어진다.
황숙주 군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강조한 내용을 짚어본다. 황 군수는 “남을 논하려는 사람은 자기부터 논한 후 남을 논해야 한”다, “의회는 집행부와 동등한 기관이며 훈계하는 기관이 아니”다. “순창군의회는 ‘자기가 잘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기관”이다. “순창군 공직자들은 아주 우수합니다. 이런 직원들이 의회의 갑질 때문에 공직을 떠나도록 부담을 주고 상처를 주는 의정활동은 중지하시기 바”란다. “순창군의회의 행태와 시정개선을 요구하는 요망사항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카톡, 페이스북 등)에 알려 “순창군민들과 다른 시군들의 심판도 받도록 하겠으니 양지”하라고 경고했다.
군수의 군의회에 관한 생각은 ‘분명’한데 의회의 입장은 ‘정리’중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의원 각자의 생각을 숨김없이 꺼내 보이는 ‘진짜’ 대화를 하여 그 결과를 밝혀야 할 것 같다. 
군수는 ‘아주 우수한 공무원’ 치켜세우기에 앞서 군민이 선출한 의원이 군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군민이 더 신뢰할 것이다. 군수는 군의원 개인을 보기보다는 군민을 보아야 한다. 군수와 군의회가 대화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두 기관 모두 군민을 위해 일하라고 군민이 선출한 기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