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쪽지(97)/ 오호 통재라

구림작은도서관 이야기 글ㆍ사진 : 노신민 구림작은도서관 운영자.

2020-06-24     노신민 운영자

오호 통재라 

평소 같으면 4월에 시작될 캘리그라피 교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6월 첫주에 개강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인기 있는 강의라 작년 가을부터 줄을 선 분들이 계셨기에 3월 접수 하루 만에 마감했지요. 그리고 신입인 분들은 재료를 준비하며 두 달을 기다렸습니다.
6월 5일(금) 두근 두근 … 첫 강의에 모든 분이 시간보다 일찍 모여 발열 체크하고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신입 분들은 붓 다루는 법부터 시작하여 줄긋기를 열심히 하고, 재수강 하신 분들은 “오랜만이라 실력이 안 나오네”하시며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갖다 보니 첫 수업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12일(금) 두 번째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입 한 분이 못 왔습니다. 50대인데 고관절 수술을 받아 도서관 계단이 매우 버거우셨다고 합니다. 첫 수업을 다녀간 후 3일을 아팠답니다.
도서관 계단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듣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분이 몇 개월을 기다렸는데 허무하게 놓아야 하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도서관이 2층에 있어 어르신들도 힘들고, 영ㆍ유아를 안고 오르내리는 부모도 위험하고, 중년층도 관절이 아픈 분은 한숨을 쉬고, 강사도 재료를 옮기기 어렵고… 며칠 동안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도서관이 1층으로 이사 갈 수 있을까? 갈 장소가 있을까? 계단 옆에 공간이 넓은데 2층에 리프트를 설치하는 것은 어떻지? 만약 이전한다면 공간 리모델링 비용과 리프트 설치 비용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적일까? 옮겨갈 위치와 지금의 위치 중에서 접근성이 더 높은 곳은 어딜까? 떡 줄 사람은 아직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치국을 마시며 이마에 주름살이 늘어갑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