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순창군의회

2020-07-01     조재웅 기자

말 많던 순창군의회 하반기 의장ㆍ부의장, 상임위원장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원 구성 개입 논란부터 선거 전일과 당일, 선거일 연기 이야기까지 나오며 고성이 나오는 등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현장에서 선거 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하반기 의회는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느라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의원 개개인이 서로 이익을 계산하며 눈에 띄게 편이 나눠진 것이 보였다. 끝까지 눈치싸움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서로 배신감과 적개심 등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의회는 화합은 물 건너 간 듯 보이고 반목과 비난이 이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리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정성균 의원도 행정복지위원장 당선 후 “의정 10년 중 가장 힘들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5분이었다”며 “상당히 많이 망설이고 많이 주저했지만 지금 현재 상태가 4대 4로 진영이 완전 갈라져 우려돼서 나라도 하지 않아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하는 것 보면 앞으로 반목은 분명하다. 신임 의장과 부의장께서 의지를 갖고 이런 것을 조기에 봉합하지 않으면 진짜 문제가 된다. 조그마한 이해타산들이 다 물리고 얽혀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제일 먼저 제가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정성균 의원이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바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 모든 것은 정 의원 말처럼 “조그마한 이해타산들이 물리고 얽혀서 초래된 결과”다.
지금 의회 상황은 아주 비관적으로 보인다. 안으로는 서로 앙금이 커 화합은 힘들어 보이고, 밖으로는 황숙주 군수의 ‘의회 시정 요망사항’이라는 공문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다.
신용균 신임의장은 <열린순창>과 인터뷰에서 황 군수 공문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로 잘 풀어 가겠다”는 취지로 답변했었다. 그것이 생각처럼 잘 될까? 허심탄회한 대화가 아니라 손발 묶인 채로 행정의 동반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며 주민들의 대표로 뽑은 의원인데 행정 수장의 ‘십자포화’에 수개월째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이제 와서 대응이 가능할까? 행정의 문제점을 짚은 의원을 같은 의원으로서 돕지는 못할망정 행정 편에 서서 동료의원을 나무랐던 의원들이 행정을 견제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못해 한심할 지경이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도 책무를 다해야 한다. 행정을 감시하는 만큼 의회도 감시해야 한다. 의회(의원) 본연의 의무를 제대로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기자는 지방의회는 꼭 필요 제도이고 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도 찬성한다. 8명으로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다루는 행정을 모두 감시하고 견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회를 없애는 것보다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주민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리고 의원으로서 책무를 제대로 하는 의원을 다시 선출하고, 그렇지 못한 의원은 퇴출해야 한다. 주민들이 의회를 돕는 힘은 바른 투표권이다. 순창군의회 하반기는 벼랑 끝에서 시작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