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련, 이겨내자

2011-08-10     조남훈 기자

군청에서 바라 본 경천은 고수부지까지 물이 차 있었다. 하루 종일 비가 오긴 했어도 홍수가 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였다.

별안간 지난해의 기억이 떠올랐다. 군내 홍수 위험정도는 화탄매운탕(구)과 향가유원지의 수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곳은 상습 침수지역으로 작년에도 건물 지붕 언저리까지 물이 차오른 지역이다.

향가유원지에 차를 대는 순간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는 도중, “지금 나가지 않으면 못나간다”는 한 주민의 말에 운전대를 잡았다. 이미 도로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간 평남리는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마을이 잠길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머물렀던 시간은 5분이 채 안되지만 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나올 당시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했다. 죽기 살기로 급히 차를 몰고 나오면서 옆을 보니 콘크리트 벽 너머로 강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댐에서 방류한 그 흙탕물을 마주했을 때 갑자기 가족들 생각이 났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만일의 가능성에 기대를 하는 그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마을을 빠져나온 후 10분 뒤 낮은 곳에서부터 하수관이 역류해 물이 차올랐다. 오후 9시 경 강물은 마을로 넘어왔다. 30년 만에 마을이 침수됐다는 한 주민의 말을 빌어보아 이것은 하늘이 무심해서가 아닌 인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새 300㎜의 엄청난 비가 왔던 작년, 섬진강댐은 3년 만에 방류를 했지만 이곳 마을은 잠기지 않았다.

물론 고의였다고는 보지 않는다. 예측 못 한 강수량과 하부 지대가 침수될 것을 알면서도 물을 내보내야 했던 섬진강댐 관계자, 이로 인해 별안간 물 폭탄을 맞은 주민과 뜬 눈으로 밤을 지낼 공무원 등…. 책임소재는 나중에 묻기로 하자. 다만 이번 물난리가 인재라고 보는 주민의 목소리에 심각하게 귀 기울일 때는 됐다.

우선 회복하고 볼 일이다. 침수지역 주민들은 흙탕물에 젖은 옷가지며 집기도구를 정리하고 침수된 가전제품을 다시 사는 일도 있을 테다. 저 넓은 곳에서 자라다 넘어진 벼를 일으켜 세워야 하고 도열병에 탄저병까지 미리 막아야 한다. 시름에 잠긴 주민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