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그리움

성원 정봉애(순창읍 장류로)

2020-09-09     정봉애 시인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날은 가고 밤도 가고
허둥대다 돌아보니
나이테만 늘어
어느새 구십 고개 넘어
구십 삼세에 이르러
불현듯 보고 싶은 얼굴들
친정 부모 형제
이십리길 멀다 않고 달려
친정 옛 집에 들렸건만
그리운 님들
그림자도 볼 수 없고
빛바랜 추억만
빈집 가득 너부러져 있더이다
누가 심은 콩인지
마당 가 콩잎만 무성하게 새파랗고
세월의 무게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대 사립문 한참이나 서성이며 바라보다
그리움도 보고픔도 내려놓고
빈가슴 다독이며 돌아설 적에
왜 이리 뒤통수가 허전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