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병상 확충의 시급성에 대하여

2020-12-16     오은미 전 도의원

가을 같은 겨울이더니만 이번 주는 계속 영하권이다. 설상가상 몹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일 0시 기준 1030명이라고 한다. 하루에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이 넘은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로부터 청정 지역이었던 순창에서도 지난 10일 3명의 확진자가 있었으나 추가 확진자가 없어 다행이라 여겼는데 어제 1명의 확진자가 또 발생하였다. 더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1~2차 유행 때보다 규모도 크고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음에도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3단계가 시행되면 병원, 약국, 주유소 같은 필수시설 이외에는 거의 모든 다중이용시설과 결혼식장, 영화관, 공연장, 피시방, 오락실, 학원, 놀이공원, 이ㆍ미용업소 등이 문을 닫아야 한다.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임과 행사가 금지된다. 정부 기관이나 정유, 전력 등 기반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에서 재택근무(최소 인력 제외)가 의무화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봉쇄(셧다운 shut-down)에 해당하는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환자들을 치료할 병원과 병상 부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의하면 12일 기준 전체 중환자 병상의 88.5%가 이미 차 있어 중환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62개가 남았고 수도권에는 13개, 서울에는 겨우 4개 남은 상태라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을 즉시 이용할 수 없는 대기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당 병상 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하는데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가? 요양병원을 제외한 치료 병상만 30만 개가 넘고 중환자 병상도 1만 개가 넘으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성인용 중환자 병상만 해도 6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정부가 뒤늦게 병상을 확보한다고 법석을 떨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공공병상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이다.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0.9%로 전체 병상의 90% 이상을 민간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수차례, 누누이 주장해왔던 공공병상, 공공의료의 확충을 귓등으로 흘려듣다가 뒷북치고 있는 꼴이다. 발표한 대책을 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신축 또는 증축의 방식으로 전국의 약 20개 지방의료원을 병상 400개 규모로 만드는 등 공공병원 병상 5000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가장 중요한 예산이 빠졌다는 것이다. 내년도 공공의료 관련 예산은 올해 대비 감액되었고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기능 강화에 쓰일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도 삭감되었다. 
공공병원 병상을 확충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무책임성과 비현실성과는 별개로, 지금 당장 정부가 취해야 할 긴급 대책은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민간병원 따지지 않고 전체 병상의 80~90%까지 코로나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하다시피 떠맡고 있으며, 민간병원은 일부 중환자 치료를 감당했을 뿐이다. 병원마다 수천 병상과 충분한 의료 인력 및 시설을 갖춘 거대 민간병원, 대학병원들은 코로나 사태에서 남의 일처럼 비켜나 있다. 겨우 2% 수준의 중환자 병상만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고 있으면서 병상이 부족해 의료체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난리 법석이다.
정부는 대형 민간병원의 눈치만 보며 사태를 키우지 말고, 치료 병상을 확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근본적인 공공의료 정책과 예산 확충으로 재앙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잿빛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