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뚝배기 장맛

2020-12-23     양해수 독자

순번 따라 놓인 질그릇
불 세기에 삭아지고
삼삼오오 가족 나들이
하루의 식구들 청하는 친구며
로맨스를 꿈꾸는
오붓한 연인들의 달콤함도
질그릇에 담긴 정만큼 오롯하다

폭염보다 뜨거운 탕그릇
가스불에 취해 녹초가 된 어머니들
수고로운 사람들에 부단한 발걸음
그리고 삭아진 크고 작은 탕 그릇
목젖의 흥분 뒤엔 언제나
발기고 남긴 육보시 가시 흔적

그래
모두가 어울림 아울림
사는 게 한바탕 매콤한 매운탕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가
어느 한켠에서는
오늘도 삶의 매운탕이 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