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66) 언더우드의 기도

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1939~ ) 풍산 안곡 출생 · 중앙대 예술대 문창과, 미술과 졸업. 2001년 문학21로 등단 · 시집 : 섬진강에 보내는 편지 외 다수 · 현 한국예조문학회장

2021-01-27     열린순창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말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살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지 못해도, 빼어난 외모가 아니어도 내 삶에 날마다 감사하겠습니다.
날마다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고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는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나의 하루는 기적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달리 해설이 필요 없는 이 언더우드의 기도문은 그 핵심이 오직 감사함입니다. 우리가 해, 공기, 바람, 비가 없으면 당장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데도,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살 듯, 우리 사람들의 심사는 늘 무엇인가 잃은 듯 허전해하고 불만스럽게 삽니다. 그러나 눈금을 좀 아래에 두고 몸이 불편한 사람을 보거나,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해합니다.

언더우드 씨는 선교의 목적으로 1885년에 한국에 들어와서 조선말기의 민중의 생활상을 보니 너무도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많아 이 기도문을 써서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냈습니다. 그때 보낸 기도문과는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많은 사람들이 이 기도문을 읽고 삶에 위안을 받으면서 감사해하며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기도문입니다.


■ 언더우드(H.G underwood) : 1589~1946, 영국 태생
구한말에 선교사로 입국했다. 세브란스 병원과 연세대학교를 설립해 현재에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