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라파엘 순창성당 신부 ‘이임’

글 : 이완소 안토니오(들샘)

2021-02-03     열린순창

 

순창성당을 성축한 라파엘 신부님이 천주교 전주 교구청의 인사발령에 따라 떠났다.

가난했던 시절인 1960년 3월에 지은 성당 건물이 낡고 오래되어 천정은 비가 새고 찬바람이 숭숭 들어와 성당 신축의 필요성을 모두 느끼고 있었지만 막대한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2018년 2월 2일, 순창성당에 부임한 이사정 라파엘 신부님은 당신 어머님께서 유산으로 물려주신 현금과 자동차를 사려고 저축한 돈에,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판 돈까지 새 성전 신축헌금으로 내어놓았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 다니며 사제관 살림도 직접 해결해 절약한 돈 등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은 신부님에 감응한 신자들도 적극, 동참했고 평화신문과 가톨릭신문에 호소해 전국 각지 신자들이 신축헌금을 보내 주었고, 전주교구 성당 신자들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사정 라파엘 신부님은 내부는 기도하고 싶은 성당, 외부는 중세 유럽 수도원을 연상케 하는 새 성전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낡은 성전을 허물고 1년 2개월의 공사 끝에 순창성당 신자는 물론 순창군민 모두에게도 보기 좋은 아름다운 새 성전을 완공했고, 2020년 12월 5일 천주교 전주교구장(김선태 사도요 한)의 주례로 새 성전 축성식을 하였다.

순창읍 남계리 동산 위에 우 뚝 솟은 아름다운 새 성전은 순창 지역 문화유산으로 기록될 자랑임이 틀림없다고 신자뿐 아니라 주민들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새 성전 신축을 위해 열성을 다한 이사정 라파엘 신부님은 2021년 1월 27일 천주교 전주 교구청의 인사발령에 따라 순창성당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

3년 동안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 헌하고 홀연히 빈손으로 떠나는 이 사정 라파엘 신부님의 뒷모습에서 진정한 신앙의 길, 진정한 사제의 모습을 본다. 순창성당 신자들은 신부님께서 순창성당에 오신 것은 하느님의 섭리였고 은총이었다고 말하며 신부님께서 언제 어느 곳에서나 주님의 참 목자로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바다가 된 사제

순창성당 봉헌된 경자년

라파엘은 하느님께 생명 받았고

부르심에 응답하여

가장 낮은 곳에 엎드려 사제 되었다

 

하느님의 섭리로

작은 짐 풀은 순창성당

사제는 가진 것 모두 내어놓고

다시 한번 낮게 엎드려 바다 되길 청하였다

 

사제는 바다 되어

격랑 속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너울에 휘청이기도 하였지만

모든 것 품고 받아들였고

물마루에 올라 하늘하늘 춤을 추었다

 

사제의 기도와 정성으로

하느님께서 반석 위에 지어 주신

본당 설립 60주년 아름다운 새 성전

 

축성식 마친 라파엘 사제 작은 짐 지고

촉촉이 젖은 눈으로

감실 안 예수님께 큰절 올린 후

삼 년간의 아름다운 흔적 남긴 채

엠마오 순례의 길 떠나가지만

순창성당과 우리네 가슴에

까치놀 반짝이는 금빛 바다로

오래오래 머물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