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 마을 눈 치우는 ‘물박사’

글ㆍ사진 : 추명란 팔덕 덕진보건진료소장

2021-02-24     열린순창
마을

새벽바람이 매섭다. 갑작스런 한파는 예기치 못한 동파까지 동반해 온 집안이 난리(?). 어젯밤까지 멀쩡했던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안 나오니, 세수도 용변도 보기 어렵다. 그 통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사람이 있다. ‘물박사설비김 사장님, 그런데 밤새 내려, 온 마을(팔덕 용두마을)을 하얗게 덮은 눈을 굴삭기 시동 걸어 치운다.

새벽 댓바람에 걸려오는 휴대폰 너머로 사장님 물이 안 나와요. 얼었나, 터졌나. 암튼 빨리 오세요. 부탁합니다.” 전화 끊기 무섭게 또 걸려온다. 다급한 목소리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다급한 부탁이 줄지어도 마을 골목부터 큰길까지 쌓인 눈을 걷어내고, ‘물박사설비라고 큼직하게 써붙인 화물차에 각종 연장과 설비 부속 가득 싣고, 얼어붙은 물 녹이러, 얼어 터진 수도관 고치러 나가는 물박사화물차 뒷모습을 보며 참 고맙습니다.”